우리가 즐겨 가는 대형마트에 동물 병원이 있었고 또 그 동물병원에서 쇼핑하는 동안 무료로 강아지를 보관해 줄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발톱도 깎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한동안 무척 편리하게 이용하였다. 덕분에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개털이 정기 검진을 받는 것과 같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개털이가 10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털을 깎아보면 몸 여기저기에 검버섯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옆구리에 멍울이 생기기도 해서 그때마다 수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볼 수도 있었다. 대부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개털이가 가끔 “켁”, “켁”거리면서 목에 뭐가 걸린 듯 한 행동을 가끔 했다. 그럴 때마다 숨이 몹시 찬 것 같이 바투게 숨을 쉬기도 했다. 항상 그런 것도 아니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다가 마침 마트에 쇼핑 갈 일도 있었고 선생님도 계셔서 왜 그런지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개털일 살펴보시더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x-ray를 한 장 찍어 보자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개털의 x-ray를 걸어 놓고 “기관지 부분이 좁아진 상태“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런 병이 걸리는 이유는 개털과 같은 포메라니안종의 ‘품종의 숙명’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즉 인공적으로 사람의 심미안(사람의 눈에 예뻐 보이는 것)에 맞게 종을 개량하다 보니 근친교배를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품종별로 유전적 질환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1).
개털이 와 같은 품종들은 선천적으로 골절(걷는 모습이 예쁜 대신에)의 위험이 높고 기관지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아니지만 가급적 운동을 많이 시키고 특히 살이 찌면 아주 위험하다고 하셨다.
아내는 습관처럼 사던 개털이 간식을 슬그머니 제자리에 가져다 두고 왔다. 그날부터 개털이 배식량은 줄었고 틈만 나면 운동(내가 볼 땐 괴롭히는 것 같은데)을 시킨다고 법석이 자주 일어났다. 그래도 개 훌라후프 산다고 검색하지 않는 것이 고마웠다.
(1) 내가 나중에 찾아보니 이것은 꼭 포메라니안종 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눈이 예쁜 종류인 퍼그, 시츄, 페키니즈와 같은 단두종(머리뼈가 짧은 종류)들은 눈이 튀어나오거나 얼굴 주름등에 피부병이 생기기 쉽다.
초소형으로 개량된 치와와 등은 뇌 수두증에 걸리기 쉽다. 상대적으로 껑충하게 생겨 맵시 나는 푸들종은 다리가 긴 대신에 엉덩이, 무릎관절 등 슬개골 탈구에 주의해야 한다.
위 사진 : 식구는 같이 살아야 식구야. - 안 들어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개털이.
식구가 전부 들어오면 안방 앞에서 자지만 누구라도 안 들어오면 현관 앞에서 잔다. 그러다 늦은 시간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식구를 확인하고 그 사람 방에 따라가서 자던지 안방에 와서 자는 식이다.
늙어 가는 개털이.
개털이도 늙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2014년 3월 14일이었다. 개털이는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녁 문안’을 거르고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가끔 집에 들어와 보면 곤히 자고 있다가 뒤늦게 깜짝 놀라 일어나곤 했다. 점점 먹는 양이 줄어들었고 숨이 가쁜 내색을 자주 했다. 아주 깊은 기침을 하기도 하기 밤에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서 조는 시간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