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23화

지뢰밭

6. 고해(苦海)

by 누두교주

개털이는 떠날 때까지 똥은 철저히 가렸다. 오히려 똥을 싸고 자랑하려고 흥분하는 바람에 숨을 헐떡이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오줌을 그렇지 못했다. 처음엔 야단도 치고 했지만 싸서는 안 될 장소에 싸는 오줌은 양이 적고 욕실에 쌀 때는 많은 걸로 봐서 잘 조절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결국은 넉넉하게 손 걸래와 패드를 준비했다. 가장 오줌 싸는 빈도가 높은 밥그릇 근처에 패드를 서 너 장 깔아주고 나머지는 보이는 대로 닦는 방법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오줌을 싼다고 하지만 크게 많은 양도 아니고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라서 평소에는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다 말고 화장실에 간다거나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 물 마시러 나올 때는 가끔 오줌을 밟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지뢰밭에서 지뢰를 밟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가끔 밟았고 특히 딸아이는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스타킹을 갈아 신으며 투덜거리곤 했다.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크게 불편한 일도 아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식구 모두가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자는데 말없는 공감대가 분명히 형성돼 있었다.


일주일 모아 놓은 개털이 오줌 닦을 걸레를 빠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반 빨래와 섞어 빨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개털이 오줌 걸레만 빨기에는 양이 너무 적고 손빨래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마침 동생이 TV홈쇼핑 보험 상담을 하고 사은품으로 초소형 세탁기를 받았는데 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달라고 부탁해 가져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전 수동 중국제 장난감 같은 세탁기인데 아내 말이 빨래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서 있어야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이제는 개털이가 오줌을 잘 가릴 때보다는 못하지만 적당히 받아들이며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리됐다는 생각을 했다.

keyword
이전 22화수술한 개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