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아, 너는 오늘 나를 그리고 독자를 유혹할 자신이 있는가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글쓰기 습관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말이다.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말투도 있을 것이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 어순, 표현 방법 등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나의 문체가 내 글에 알게 모르게 녹아져있을 것이고 이것이 나의 글 개성을 드러내주고 있을 것이다. 딱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나 같은 글이구나 느껴지는 나만의 글 개성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글 개성이 자꾸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식상해지지 않을 그런 개성이면 좋겠다.
이런 문체, 나는 지금부터 글 개성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쓰다보니 마음에 들었다. 하하. 어쨌든 이런 글 개성 말고도 또 다른 나만의 글쓰기 습관이 있는 작가님들이 있을 것 같다. 요즘 내가 글을 발행하면서 의식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제목을 마지막에 결정하는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하던 예전에는 항상 제목을 먼저 썼다. 포스팅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왔던 곳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내가 요리했던 맛있는 음식의 레시피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쓰는 시작의 시점에 나의 글의 목적에 알맞은 제목을 확실하게 입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는 노출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제목에 그 노출 단어들을 열심히 쌓아가며 만들어 넣었다.
그런데 요즘 나의 글에서 제목의 입력 순서는 글쓰기의 마지막이다. 먼저 써 놓더라도 마지막에 꼭 한 번 더 확인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넣고자 머리를 굴린다. 또 재미있는 그리고 적절한 부제를 넣기 위해 생각과 함께 눈동자와 손가락을 요리 조리 흔들어 본다. 처음에 생각해 두었던 제목이 그대로 가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글을 쓰다보면 쓰다가 생각나는 재미있는 단어, 상황, 표현들이 하나 둘 글 속에 찾아오고 그들은 나에게 와 나를 유혹한다. '나를 제목으로 해줘. 어때? 나 매력적이지 않아?' 이것은 아마 노출에의 욕망보다 나의 이야기를 하나로 딱 대표하는 단어를 찾아내고 싶은 나의 욕망인가 보다.
나의 이야기와 당신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다리가, 그냥 지나치려다가도 당신을 나의 글로 입장하게 하는 입장문이 바로 제목이 아닌가 싶다. 처음 예상한 오늘의 제목은 '제목을 뽑아낸다.', '제목을 찾아본다.' 뭐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바뀌었다. '제목이 온다.', '제목이 나에게 온다.' 오늘도 이정도면 잘 와준 것 같다. 나를 유혹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를 유혹하는데 성공한 오늘의 제목이 당신도 유혹했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