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월요일은 심심하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이 문을 닫는다. 나가볼까? 마음을 먹었다가 '휴관'이라는 글자에 기운이 쏙 빠진다. 엄마와 아빠가 방학이라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을 핑계로 아이들도 등교 등원을 미루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그저 늦어졌었는데, 이번주에는 아예 가질 않는다. 그래, 그래라. 어짜피 집에 있는걸.
오전에는 신이 났다. 오빠와 동생은 방 구석에 배를 깔고 엎드려 레고 조각을 이리저리 조립하고 영역을 만들더니 재잘재잘 그들만의 세계를 창조해 놀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간식을 찾고 한참을 놀더니 조금 지루해졌나보다.
"엄마, 도서관 갔다오면 안돼요?"
"어? 오늘 도서관 쉬는 날인데."
"아, 월요일이구나."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계속 집에 있다보니 요일감각이 없어졌나보다. 시간의 집인가. 다행히 저녁에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다같이 외식도 다녀오고 시간의 집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오후에 지루함이 있어서 학교(방학 중 돌봄교실)를 간다고 할 줄 알았더니 오늘도 역시 가기 싫다고 한다. 그런 오빠를 방패삼아 둘째도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래라, 그래.
오늘도 역시 오전은 레고타임이다. 아, 그리고 둘째의 이빨요정 에피소드도 있는데. 그건 또 귀여우니 따로 풀어야겠다. 어쨌든 레고타임을 즐기고 다시 점심시간. 밥을 먹으면서 첫째가 말한다.
"밥 다먹고 숙제 하고 오늘은 도서관 가도 되지?"
"어, 오늘은 열었을거야."
내심 반가웠다. 나도 집을 벗어나 도서관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서 요즘 빠져있는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읽을 생각에 들뜬 첫째는 밥을 후다닥 먹고 혼자 내려가버렸다. 깨작깨작 밥을 먹던 둘째는 오빠와 함께 가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고 내가 기다렸다 같이 가려고 했다. 그런데 둘째는 나를 거부했다. 먼저 가란다. 자기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서관에 가는 모험을 하고 싶다고.
"그...그래? 혼자 올 수 있겠어? 그럼 엄마 먼저 간다~"
그렇게 나는 아빠와 밥을 먹는 둘째를 놓고 첫째가 있는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 책장에 있는 동화책도 읽고 가져간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조용히 평온한 시간을 누렸다. 그러는 도중 자기 왔다며 뿌듯하게 나에게 다가온 둘째에게 뽀뽀도 한 번 해주고 말이다.
내일도 첫째는 도서관에 가자고 할까? 아니면 심심했다고 이제는 학교에 가겠다고 할까? 둘째는 어린이집에 이제는 가야 할 텐데. 설 전주라고 이것저것 재미있는 행사를 하던데. 아이들이 천천히 그렇지만 잘 크고 있는게 느껴지는 이번 방학이다. 물론 나도? 그리고 가장 큰 성장은 우리 신랑인가. 부엌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오늘 점심도 신랑의 계란찜과 된장찌개로 든든하게 먹었다. 이제 곧 저녁시간인데. 저녁 메뉴는 무엇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