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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기(feat.꾸러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어딘가에 걸쳐있는 '개사기'

by 늘해랑



오늘 우리집에는 우리집 소울푸드의 테마곡이 생겼다. '순대국밥, 아니 돼지국밥'이다. 갑자기 왜 이 놀이가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동 중 차 안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집 두 아이들이 뒤에서 꺄르르 꺄르르 난리가 났다. 이 노래 저 노래를 마구잡이로 부르면서 말도 안되는 가사로 바꾸어 부르며 놀고 있는 것이다. 정말 말이 안되는 연결들이었다. 그러다 나에게 들린 노래가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불쌍한 신데렐라


이 노래의 신데렐라가 갑자기 순대국밥으로 바뀌어 있었다. 순대국밥은 어려서 순대를 ~~ 이러고 있는거다. 우리 집 첫째아들(10세)은 순대국밥을 좋아한다. 그리고 둘째도 그런대로 잘 말아 한그릇 뚝딱하는 효자메뉴이다. 그런데 또 순대국밥에 들어있는 순대는 먹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부속고기를 아주 잘 먹는다. 그러니 사실은 돼지국밥을 먹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국밥류 메뉴의 시작을 '순대국밥'이라는 메뉴로 시작했기 때문에 돼지국밥을 먹으러 갈 때도 우리는 '순대 없는 순대국밥'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무튼 우리집에서 그런 존재인 '순대국밥'으로 개사가 시작이 되니 나 역시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한 두마디씩 불쑥 끼어들게 되었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마구잡이로 단어(엄마를 때리네, 아빠한테 순대를 먹게 하네 마네 등)를 넣는 아이들을 내비두고 신랑에게 툭툭 내가 개사한 내용을 던졌다. 조수석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남편은 영혼없이 웃어주며 호응을 해주었고, 나 혼자 던져가며 그렇게 완성된 노래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예상외로 아이들에게는 반응이 좋았고 가르쳐달라고 하더니 아이들이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순대국밥은 어려서 순대를 잃고요,

새우젓과 다대기를 듬뿍 넣었대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맛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이것은 돼지국밥.


아들의 레시피(?)대로 개사한 우리집 '순대국밥, 아니 돼지국밥' 주제곡이다. 조만간 우리 가족이 인정하는 우리 동네 최애 순대국밥 집에 가야겠다. 아들의 한 그릇은 '고기만'으로 시켜야지.


그리고 이어서 던져진 노래는 '내동생'. 내동생 곱슬머리 개구장이 내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당연히 우리 가족들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마지막에는 아이들의 최고 장난의 대상 할머니에게 불러줄 노래를 만들겠다며 난리가 났다. 할머니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가사를 어떻게 바꾸어 넣을 것인지 아주 진지하고 장난스럽게 의논을 이어가더라. (귀 따가워 죽는 줄...)






내가 어릴 때에도 그랬다. 어릴 때는 말도 안되는 그런 내용들로 노래를 바꿔 부르는 게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그 가사 사이에 똥이나 방구가 들어가면 또 얼마나 미치게 웃겼는지. 요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던데. 심지어 다른 나라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에 방구, 똥, 구토, 냄새 등을 넣어서 아주 지저분하게 만들어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이 저 지구 반대편에도 있다고 한다.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뭐 그런 것 처럼 '개사기(feat.꾸러기)'도 그 단계 어딘가에 걸쳐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엉뚱하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인 이러한 개사놀이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발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일단 새로운 가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노래의 리듬과 운율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어휘력과 언어적 유희 능력이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핫한 문해력도 길러질지도? 말센스가 있는 아이들이 주로 이런 개사를 주도하곤 했다. 심지어 빠름도 필요했다. 팝!하고 머릿 속에 떠올라 먼저 내뱉은 기발한 단어들이 빠르게 노래 가사의 한 자리를 선점하곤 했다. 이 단어가 좋다, 저 단어가 맞다, 하며 의견을 주고 받으며 사회적 상호작용도 한다. 정말 틀에 갇히지 않은 기발한 단어들이 순간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박힌 단어를 밀어낼 수 있는 강력한 기발함이라면 말이다.


그러네. 이 '개사기'를 잘 거친 아이들은 말센스를 배우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이 상호작용하는 법을 몸소 익힐 수가 있었네. 똥이든 방구든, 말이 되든 안되든, 그 무엇으로 어쨌든 즐겁게 창의적으로 행복하게 놀았다. 오늘은 아이들에게서 또 하나 떠올렸다. 엉뚱한 그들만의 놀이를 보고 껴들었다가 또 하나 얻어냈다. 둘 낳길 잘했다.(아니 어떻게 결론이 이렇게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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