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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축하합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

by 늘해랑



오늘 우리집 막내딸의 졸업식이 있었다. 3세부터 7세까지 5년을 내리 다닌 어린이집의 졸업식이었다. 아장아장으로 어린이집을 들어갔던 아이가 이제는 아주 야물딱진 발걸음으로 어린이집을 나선다. 혀짧은 소리로 짧은 대답을 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대꾸를 하는 아이가 되었다. 세월이 참 대단하다.


단정한 옷을 입고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아이는 식장에서 나의 손을 놓고 선생님에게 갔다. 졸업가운과 모자를 쓰고 지정된 자리에 의젓하게 앉았다. 나 역시 지정된 객석에 앉아 아이의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개회사와 원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축하공연과 꿈을 이야기하는 동영상, 가족들의 사랑의 메시지 등 준비된 행사가 착착 진행되었고 그렇게 아이들은 인생 첫 졸업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아이들의 부모님들 역시 졸업의 순간을 함께 맞이하였다.


아이들만의 졸업이 아닌 부모님들의 졸업도 함께였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라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엄마도 어린이집 졸업은 처음이라.'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 엄마는 처음 맞이하는지라.' 물론 오늘의 이 아이가 첫째가 아닌 둘째, 셋째라 이미 경험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아이는 또 새로운 아이이다. 다를 것이다. 아이는 다 다르다. 첫째 다르고 둘째 다르다. 이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도 오늘 졸업식을 했다. 하하.


아무튼, 졸업. 졸업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교과 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학업을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도 함께 부여하고 싶다. 졸업이라는 단어는 끝의 느낌이 아니다. 하나의 과정을 마쳤으니 이제 그 과정을 발판 삼아 새로운 단계의 출발점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는 불과 열흘 정도를 지내고 초등학교 입학식을 맞이한다. 자기가 고른 아주 반짝반짝 화려한 책가방을 메고 어린이집과는 다른 거대한 건물로 들어갈 것이다.

나는 어땠더라? 내가 나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의 기분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땠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게 기억이 난다면 아이와 좀 더 공감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 조금 아쉽다. 아이는 어떤 기분일까? 설렐까? 두려울까? 기다려질까?


아무튼, 졸업. 오늘 나의 아이는 하나의 과정을 무사히 마쳐내고 끝맺음을 맺었다. 아주 대견하게도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금 서게 되었다. 설렐지도 두려울지도 모를 그 끝과 시작의 선 위에 서게 된 아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아이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마음 깊이 원하고, 그 작은 걸음걸음을 믿고 지지하고 또 함께 할 것임을 전하고 싶다. 우리의 이런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불꺼진 아이 방에 들어가 오늘 하루를 마치고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볼에 톡톡 쪼옥 뽀뽀를 하고 문을 닫는다.


오늘 하루 졸업을 맞이한 본인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고 기분 좋은 꿈나라를 여행하길. 내일 아침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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