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글쓰기는 너무 어렵지만
최근 들어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도무지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 브런치는 조금 더 그 장벽이 높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로 글쓰겠다고 해놓고 욕심이 나나보다. 그러면 안돼!
그래서 필사를 먼저 하자며 요즘 하루에 한 두장씩 필사하고 있는 필사책을 꺼내들었다. 어느덧 Part 2 에 들어갔다. <매일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법>이란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좋구나. 조금 읽다보니 이제야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말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총 434개나 된다고 한다.(서울대 심리학과 팀의 연구) 감정과 관련된 어휘를 잘 사용하면 아무래도 나의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하고 또 공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주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청소년기에서부터 시작된 아버지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며 아버지와 본인이 서로에게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애먼 짜증으로 이를 대신했기에 그랬던 거라고 했다.
'일찍 들어오라는 듣기 싫은 잔소리에는 컴컴한 밤거리에 도사리고 있을 위험에서 비롯된 염려가,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여는 무례함에는 속마음을 좀처럼 꺼내놓지 않는 딸내미에 대한 궁금증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는 험난한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를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숨어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서점에서 감정어휘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른을 위한 책도 있고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들도 있다.
좋아. 어떻게 좋아? 신나. 기뻐. 행복해. 재미있어. 황홀해. 설레. 만족스러워.
싫어. 뭐가 싫어? 화가나. 두려워. 지쳐. 외로워. 우울해. 재미없어. 불안해.
그냥 그래. 왜 그냥 그래? 무기력해. 하고싶지 않아.
나는 좀 알고 있나 싶어 정리를 해보려는데, 나 역시 기본적인 감정어휘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써보자고 하면 30개나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챗gpt를 열어 그에게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감정어휘 30개만 나열해달라고 했다. 꼭 감정언어가 아니어도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말들도 여럿 있었다. 처음보는 단어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그렇게 요구했으니 당연한 결과값이겠지만 말이다.
감연하다 – 두렵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씩씩하다.
건듯하다 – 섭섭하고 서운한 느낌이 들다.
고빗하다 – 섭섭하고 아쉽다.
그악하다 – 사납고 모질다.
너볏하다 – 의젓하고 점잖다.
노여하다 – 화를 내거나 기분이 상하다.
다붓하다 – 정답고 가깝다.
담담하다 – 차분하고 평온하다.
데퉁하다 –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옹졸하다.
되낭하다 – 말이나 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가벼운 듯하다.
매시근하다 –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모지락스럽다 – 억세고 모질다.
미쁘다 – 믿음직하고 진실하다.
바심하다 –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버겁다 – 감당하기 어렵고 힘겹다.
사박스럽다 – 표정이나 말, 행동이 가벼우면서도 경망스럽다.
살천스럽다 – 쌀쌀하고 매섭다.
상크름하다 – 막힌 데 없이 시원하다.
선득하다 –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들다.
습습하다 – 활발하고 너그럽다.
어슷하다 – 마음이 불편하고 뒤틀린 듯하다.
열없다 – 겸연쩍고 부끄럽다.
옴니암니하다 – 불평이나 불만이 많다.
일없다 – 아무렇지 않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
자근거리다 – 신경이 쓰이도록 거슬리게 행동하다.
자빡스럽다 – 까다롭고 융통성이 없다.
저어하다 – 두려워하거나 염려하다.
추레하다 – 겉모습이 초라하고 볼품없다.
트레바리하다 – 터무니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다.
푼푼하다 –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자근거리다. 어슷하다, 푼푼하다, 저어하다, 옴니암니하다, 선득하다, 다붓하다, 되낭하다, 미쁘다, 모지락스럽다.' 말이 참 올망졸망 귀엽다. 말맛도 참 재미나다. 왠지 이런 단어들을 잘 갖고 있으면 문학작품을 창작할 때 굉장한 자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기억해야지. 우리 말에는 이런 맛깔나는 감정어휘가 434개나 있다는 것을 꼭꼭꼭 기억해두어야겠다.
오늘 글쓰기도 참 어려웠다. 완벽할 생각 말고 꾸준할 생각을 하자. 일단 쓰고자 하니 또 이렇게 하나 얻어가질 않는가. 지금 이 부족한 글을 나중에 고쳐쓰면 된다. 그렇다. 그렇다. 오늘도 한 편을 발행한 나 자신 칭찬한다.
엇,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시 챗gpt를 소환했다.
"나 자신을 칭찬하고 뿌듯해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들 때 사용하는 감정어휘를 알려줘. 이번에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표현으로 부탁해. 위에 나열해준 표현들이 참 말맛이 좋았거든. 지금의 내 감정도 이렇게 말맛이 좋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어로 표현해 보고 싶어."
30개나 나열해주었다. 그 중에서 내 맘에 든 감정단어 딱 3개만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1. 감탕스럽다 - 마음 속 깊이 흐뭇하고 만족스럽다.
2. 마뜩하다 - 제법 마음에 들고 흐뭇하다.
3. 부시럼하다 -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기분이 좋다.
마뜩하고, 부시럼하고, 감탕스럽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