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쓰고는 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매일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write consistently everyday" 하고는 있는데 "be good at writing"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글구려병"에 걸려버렸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하루에 하나는 써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쓰기, 무모하게 쓰기'가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또 나의 약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뭐 하나 깊이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장난처럼 쓰나 싶기도 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까' 라지만 그래도 배 차면 좀 좋나요. 재밌으니까, 경험해봤으니까, 도전한 게 어디야, 라고 또 현실도피를 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좀 그렇게 살아왔거든요. 능력치가 낮은 편이 아니어서 첫 시도에 우쭈쭈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치만 한계치는 또 있어서 어느 정도 하다보면 벽이 나타나거든요. 그 벽에 매번 방향을 틀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걸 찾아갔지요. 거기서 또 우쭈쭈 칭찬을 듣습니다. 그리고 벽을 만나죠. 그렇게 얕고 넓게 세상을 만나왔어요. 어느 것 하나 특별하게 뛰어난 게 없는 사람으로요.
여기서도 다행인건 지금 현재의 나의 '글쓰기' 영역에는 벽이라기보단 조금 턱이 높은 계단을 만난 것 같습니다. 돌아서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안들거든요. 이 계단을 올려다보니 나보다 먼저 이 높은 계단을 올라 서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벽을 보았기 때문에 그 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보다 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들을 신경쓰게 되네요. 몰랐던 나의 좁은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편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도전했기에 편하게 실패할 수 있었는데, 욕심을 가지고 욕심내 도전하면 실패했을 때 힘들 것 같아 무서워요. 피한 적은 있어도 진 적은 없었는데 뭐 그런 마음이랄까. 어떻게 생각하면 편한 마음의 도전도, 욕심내 한 도전도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욕심내 도전해 볼까요? 근데 욕심낸다고 다 잘 될까요? 무릎을 조금만 더 높이 세워 허벅지에 힘을 딱 주고 읏쌰 올라가고 싶은데 선뜻 땅에 붙어있는 발을 떼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이렇게 내 약한 마음을 글로 한자 한자 풀어봅니다. 근데 오늘은 시원해지지가 않네요.
항상 가볍게 움직이던 내가 이번엔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겠다고 털어놓는 걸 보니 나도 내 글이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아마, 이런 생각을 툭 내뱉었다는 것이 조금은 달라지고 싶어 한다는 증거가 되려나요. 늘 밝고 행복을 찾는 글만 썼었는데 말이죠. 겁을 내는 나도, 욕심 내는 나도, 다 내 모습이니까요. 모르겠습니다.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시원해지지 않더라도, 이렇게 풀다보면 언젠간 시원해지겠지요. 그런데 말이죠. 진짜 '글쓰기'에서는 벽을 만나 돌아서고 싶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