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태양이 떠오르듯이
힘이 필요한 3월 초이다. 나를 힘이 나게 하는 것. 그것은 무엇이려나? 매번 다른데.
나는 매 순간에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나를 힘이 나게 하는 것을 그 때 그 때 찾으려고 한다. 그 순간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나를 힘이 나게 하는 것은 매번 달라지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로 쓸 수 있단 말인가.
시간마다 다르고 요일마다 다르고 월별로 다르고 계절도 다르고, 그리고 나이마다 다르다.
요즘은 어떤지 나의 하루를 찬찬히 떠올려보았다. 아침에 눈을 뜬다. 개운하게 일어나는 날도 찌뿌둥하게 일어나는 날도 있다. 그래, 그래도 활기찬 날을 기준으로 해야지. 기분좋게 상상을 이어간다.
잘 자고 일어나는 것도 나에게 힘이 된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휴대폰 시계를 확인한다. 아파트 헬스장에 다녀와도 되는 시간이다. 걸을까, 뛸까? 일어나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게 어디냐며 일단 걷기라도 하게 얼른 움직여보자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챙겨들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헬스장으로 간다.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속도를 조절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걷기만 하자 했으니 일단 걷고 보는데,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니 몸이 점점 풀린다. ‘살짝 뛰어볼까?’ 속도를 높여 뛰어본다. 어느 정도 달리고 나니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땀방울이 주르륵 똑똑 떨어진다. 괜히 뿌듯하다. 더 자고 싶어하는 나를 이겨내고 이렇게 땀방울을 생산해낸 내가 기특하다. 자화자찬, 셀프칭찬 으로 나는 또 힘을 얻었다.
그렇게 상기된 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들과 남편은 아직 꿈나라이다.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여전히 조용한 거실이 너무 감사하다. 식탁 한 켠에 마련된 나의 공간에 조용히 앉아 요즘 루틴으로 만들고자 하는 필사를 하기 위해 필사책을 펼쳐 오늘의 페이지를 읽어본다. 그리고 따라 쓴다. 그리고 머릿 속에 연결된 나의 이야기를 가볍게 끄적거려본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채우고 책을 덮어 밀어놓으면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일어난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오늘 하루를 위한 뿌듯함이라는 에너지를 몸에 채워넣었다. 오늘 하루 굉장히 어깨펴고 생활할 것만 같다. '오늘 하루도 시작이 좋군' 하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이 일어났다. 아이들과 얼른 아침 육아전쟁을 시작한다.
이렇게 스스러 채운 뿌듯함으로 어깨가 으쓱하게 시작한 육아전쟁은 참으로 평화롭게 흘러간다. 아이들에게 화도 나지 않고 재촉도 하지 않게 되며 오히려 기다려줄 너그러움이 생긴다. 아침시간을 잘 보내고 아이들과 학교 교문에서 헤어진 후, 출근을 한다. 업무를 본다. 특별한 사건없이 하루가 무탈하게 잘 흘러간다. 퇴근을 하고 다시 아이들과 육아전쟁을 한다. 요즘 남편이 주방일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기에 저녁시간도 너무 행복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으쌰으쌰 에너지 넘치게 하루를 보내고 왔기에 저녁에도 가족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내가 너그러우니 아이들도 짜증이 덜하다. 곱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또 내일을 위한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무탈하게 지나간 날의 밤 시간. 어두컴컴한 집 안에 딱 한 곳, 식탁 위의 전등만 환하다. 그 아래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이것 저것 써내려가거나 아니면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을 때. 그 조용함이 또 나를 채운다. 행복한 하루를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다.
물론 매일이 이렇게 행복할 수는 없다. 아침에 따뜻한 이불과 함께 하고 싶은 내가 이겨 운동도 필사도 못한 날. 아침에 늑장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내고 찝찝하게 헤어져 출근한 날. 출근을 했는데, 자꾸만 일이 꼬이고 이상한 전화도 자꾸 오고, 칼퇴도 못하고, 여유도 없고, 그러다보니 지쳐 집에서도 가족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보내지 못한 날. 아이들을 재우고 식탁 한 켠 내 자리에 앉아 큰 숨을 내쉰다. 오늘 하루 왜 이런거야, 축 쳐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주저앉는 사람이 아니다. 내일은 또 다를 거니까. 오늘만 이랬던 거니까.(이것은 나의 근자감) 오늘 푹 자고 내일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면 나의 행복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 금세 훌훌 털고 정신을 차린다.
오늘 하루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어떠한가. 내일 아침에 또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텐데. 어떤 하루는 이렇게 잘~~ 굴러가는 깔끔함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또 어떤 특별한 날에는 축 쳐져 침대와 소파와 티비와 한 몸이 되어 뒹굴뒹굴 하면서 또 그 게으름과 함께 한 충만함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또 어떤 날은 바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지내야지 삶의 열정을 불태우며 에너지를 얻고,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싶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내일의 태양이 어떻게 떠오르던간에 그 태양에서 나는 내가 에너지를 얻어 채울 수 있는 건덕지를 열심히 찾아보련다. 그게 내가 매일 힘내어 살아가게 하는 나의 에너지 원이다.
나를 힘이 나게 하는 것. 내가 찾은 그날그날의 작은 행복이 나를 힘이 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