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답장

별에게, 안녕달 그림책

by 늘해랑




퐁당 -

포옹퐁 -

두웅실 -


여기가 어디지?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이 저 멀리 보인다. 깜깜한 하늘에 반짝반짝. 내가 자리하던 곳. 나는 왜 이곳으로 떨어진 걸까?


"잡았다."

"오늘도 떨어진 별이 수두룩하네."

"내일 아이들이 좋아하겠어."


잠녀할머니들이다. 바다로 떨어진 우리들을 조심스레 건져 섬으로 데려간다. 밤새 할머니집 마당에서 뽀송뽀송 바닷기를 말린 우리들은 빨간 다라이에 담겨 학교 앞으로, 시장통으로 그렇게 옮겨진다.


띠리리리 -


학교가 마쳤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경쾌하다.


우아아아 -


교문 밖으로 달려내려오는 아이들의 뜀박질은 더 경쾌하다.


"할머니, 어제 건져온 별이에요?"

"우와, 반짝반짝해."

"너무 작아요!"


할머니 앞에 빨간 다라이 앞에 어느새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별들을 조물락 거린다.


"다 자라면 달만큼 커져."


할머니가 말한다.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여자아이가 두손으로 곱게 나를 들어올린다.


"할머니, 나 얘 데리고 가도 돼요?"

"잘 보살필 수 있겠어? 매일 매일 달빛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꼬옥 껴안고 사랑해줘야 해. 그러면 나중에 아주 나아중에 무럭무럭 자라서 달만큼 커질거야. 그때 원래 있던 저 하늘로 돌려보내 줘야 해."

"응, 할 수 있어요."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여자아이는 꼭꼭 다짐을 하고 나를 두손에 폭 감싸쥐었다.



짜디짠 바다내음이 가득한 시장을 지나, 아이의 집에 도착했다. 빠알간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는 예쁜 바다집이었다.


"엄마~~ 나 왔어!"

"왔니? 손에 쥔 건 뭐야?"

"별! 어제 바다에서 온 작은 별!"

"우와, 귀여워라."

"나중에 달만큼 커진대."

"이렇게 작은 아기별은 오랜만에 보네. 엄마 어릴 때 동네에 달만큼 키운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작은 별은 달빛을 좋아한대. 매일 달빛산책을 시켜줬대."

"응! 할머니도 그랬어!"


화장실에 불을 끄고 엄마와 여자아이는 나를 요리조리 관찰했다. 그 눈길에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 내 몸이 아주 조금 살짝 부풀었다. 대화를 끝낸 두 사람은 오늘부터 시작하자며 나를 데리고 달빛산책을 나갔다. 하늘에 밝은 달님이 나에게 빛을 내리쬐어주었다.


'좋은 가족을 만났구나.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하늘로 돌아오렴.'


달님이 내게 말했다.


엄마와 누나는 나를 정말 사랑했다. 나도 엄마와 누나를 매우 사랑했다. 어딜 가든 함께 였다. 나는 외롭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매일매일 달빛을 받으러 산책을 나갔고, 엄마가 밤낚시를 떠났을 때는 누나와 함께 엄마를 마중나갔다. 어두운 밤, 못다한 귤작업이 있을 때면 내가 환한 빛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누나와 함께 엄마와 누나를 위해 무럭무럭 자랐다. 크게크게 환하게 환하게 부풀었다. 엄마와 누나와 함께여서 매일이 행복했다.


누나는 하늘길을 따라 육지로 갔다. 집이 조용해졌다. 엄마와 나 둘만 남았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없었으면 엄마는 더 외로웠을테니까. 나라도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아니 사실은 반대였다.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누나가 가버린 조용한 집을 나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무럭무럭 커가던 내가 쪼그라들었을지도 모른다. 누나가 없는 밤낚시는 위험하다. 더 밝게 더 크게 빛나 엄마를 지켜주었다. 누나와 함께 하던 밤과수원 작업을 하면 심심할 것이다. 더 밝게 더 크게 엄마를 비추어주었다. 나를 위한 달빛산책길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엄마 앞에 앞장 둥둥 떠다녔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아니에요. 나를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작고 작은 나를 이렇게 크게 해줘서 고마워요. 달처럼 밝게 키워줘서 고마워요. 내가 온게 아니고 엄마랑 누나가 나를 데리고 와 준 거에요.


하늘길을 타고 누나가 돌아왔다. 못 본 사이 누나는 더 예뻐져 있었다.


"못 본 사이 많이 예뻐졌네."


내가 할 말을 누나가 먼저 해 버렸다.


"보고 싶을 거야, 하늘로 돌아가서도 반짝 반짝 인사해줘."


그럼요, 매일매일 엄마와 누나를 찾아 내 빛을 보내줄게요, 인사할게요. 엄마의 산책길, 낚싯배 그리고 귤과수원까지. 환하게 비춰줄게요. 하늘로 돌아가니 좋은 게 있네요. 육지에 있는 누나에게도 내 빛을 보내줄 수 있을테니까요.


엄마, 누나. 나 여기서 참 행복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나를 두 손에 꼭 감싸안고 와줘서 고마워요.









안녕달 그림책에서 찾을 수 있는 소중한 마음들. 그림책의 제목은 <별에게>이다. 별과의 첫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서정적으로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네가 와줘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라고 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이 우리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두 아이가 생각났다.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너희 덕분에 우리집이 반짝반짝 환해졌어. 별은 우리 아이들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별이었다. 무럭무럭 달빛을 받고 자라서 커다란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왔다. 나를 자라게 해준 엄마와 누나를 떠나서. 엄마와 아빠를 떠나서.


별도 엄마와 누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한 가득일 것이다. 그 마음을 가득 키워 반짝반짝 더 환하게 더 크게 자라났을 것이다. 작은 별이 되어 별의 마음을 생각해보았다. 작은 별의 고마운 마음도 엄마와 누나에게 닿길 바라면서.


오랜만에 그림책을 읽고 글을 써보았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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