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요즘 글 써."
"응? 무슨 글을 써?"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동일계 전형'으로 내가 갈 수 있는 학과는 이미 몇 개로 정해져 있었고, 그중 하나를 택해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나는, 당시 다니던 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님이 만든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했다.
1년에 두 번씩 작품 전시회를 열었고, 전시장을 찾은 선후배들과 우연히 방문한 이들이 남긴 방명록은 한동안 나에게 보물 같은 존재였다.
매일 일기를 쓰고, 사소한 것도 메모하며, 가끔은 라디오에서 내가 보낸 사연이 흘러나오는 정도의 글쓰기였기에, '글을 쓴다'는 내 말이 엄마는 조금 의아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나 요즘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어."
"쓸 내용이 뭐가 그렇게 많아서 계속 글을 써?"
"그냥, 쓰다 보니 많던데?"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독서'를 취미라고 말한다.
나 역시 좋아하고 자주 하는 일이지만, 그것들을 특별히 취미라고 부르진 않는다.
내가 즐겨하던 건 주로 등산, 도예, 목공 같은 활동들이었지만, 허리 통증이 있어 지금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들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태국 여행만큼은 자신 있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떠날 수는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런 나에게 요즘 새롭게 생긴 즐거움이 있었으니, 바로 글쓰기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쓰게 된다.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 같아, 요즘 참 좋다.
"엄마, 내가 쓴 글 한번 읽어볼래?"
"안 읽어."
"왜?"
"네 글은 재미가 없어."
"그래도 한번 읽어봐."
맞다, 내 글은 재미없다.
그것은 엄마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은 진심이 담겨 있지만, 때때로 너무 진지해서 재미는 덜하다.
은유적 표현이나 형용사, 묘사를 적절히 활용했더라면 좀 더 맛깔난 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조심스러웠다.
과장되거나 꾸며낸 이야기로 비칠까 봐.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쓰고 싶었다.
엄마의 피드백은 단호했지만, 충분히 단호할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간간이 엄마에게 내 글을 읽어보지 않겠냐고 물을 것이다.
엄마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다.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사시는 엄마는 일흔이 넘은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다.
읽는 속도는 빠르고, 지금까지 읽어온 책의 양도 상당하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게 많아 되묻는 일이 잦았다.
엄마의 풍부한 어휘력은 늘 부러운 점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나는, 책과 가까운 엄마를 닮고 싶다.
"엄마, 지난번에 우리 밭에 깨 심었던 날 기억나?"
"응."
"그날 있었던 일을 글로 써봤는데, 한번 읽어볼래?"
"그래, 한번 보여줘 봐."
"어때? 괜찮아?"
"응, 괜찮아."
글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응원의 말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딸이 재미있어하는 일이 생겼다는 게 반가워서, 엄마는 그 마음을 응원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
다음엔 '괜찮아'가 아니라 '잘 썼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라도, 또 글을 건네게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작가마다 다르고, 저마다의 노하우도 있겠지만 나만의 소박한 기준 하나를 바탕으로, 나는 오늘도 진솔한 이야기를 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쓰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뚝딱 완성되는 글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글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