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지만, 친한 친구가 있었다.
방송반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고,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던 곳도 늘 그곳이었다.
나는 점심시간마다 방송을 해야 했기에, 멘트를 준비하고 마이크를 잡아 음악을 소개하거나 좋은 글귀를 읊곤 했다.
친구는 방송 장비 담당으로서, 선곡된 음악과 내 목소리가 각 반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교하는 길에는 종종 같은 버스를 타고 나란히 앉아, 한 시간 남짓 끝도 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땐 끝없이 수다를 떨었지만, 정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그리고 사소한 일상에 대한 말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졸업 후에도 우리는 종종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우정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결혼을 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는 참 예뻤다.
결혼을 계기로 우리의 연락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가정이 생긴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왠지 조심스러웠고, 그 무렵 나도 바빠져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십 년쯤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오래된 연락처를 바라보다가 나는 조심스레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번호는 바뀌지 않았고, 우리는 몇 차례 문자를 주고받으며, 언젠가 보자는 막연한 약속을 나눴다.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친구에게서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서로의 집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남의 순간, 우리는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반가운 웃음과 함께 서로를 안고, 손을 꼭 잡은 채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마치 어제도 함께 있었던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부모님 이야기,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 각자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
말은 끊이지 않았고, 시간은 어느새 네 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헤어지기 전, 우리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네?"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걸 보니, 우리가 진짜 친구는 친구구나!"
그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저녁, 친구는 집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의 따뜻한 여운을 문자로 나누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꽤 오랜만에 만났지만, 단 한 줌의 어색함도 없었던 우리는 학창 시절에도,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