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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공개 May 05. 2021

사람들을 보면 꽃밭을 보는 기분이다.

다 달라

사람들이란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 각자의 생으로 치열한 것 같다.


어떤 이는 사랑받으려 속으로 앓는다.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 나는 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걸까. 그렇게 타인을 갈구하며 자기 자신은 비어 가는 채 다른 사람들만을 좇는다.


어떤 이는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맘에 속을 앓는다. 나는 나 살기 바쁜데. 나는 남들에게 받은 게 없는데. 그렇게 자신만을 갈구하며 주위 사람들을 버려가는 채 자기 생각만을 좇는다.


아마 한 일 년 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눈 낯선 사람들만 100여 명이 넘었던 것 같다. 한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인생을 수집했더니, 이젠 사람을 보면 그 나름의 꽃들을 보는 느낌이다.


누구는 노란색, 누구는 검은색. 이 사람은 해바라기, 저 사람은 사루비아. 이 분은 꽃잎에 흉이 졌고 , 저분은 줄기에 진물이 흐르고. 여기는 바람으로 미친 듯이 날뛴다면, 저기는 햇빛으로 고요히 즐기는.


노란 꽃은 검은 꽃을 질투하고 검은 꽃은 검은 자신을 싫어한다. 해바라기는 사루비아처럼 세련되지 못하다고, 사루비아는 해바라기처럼 곧게 솟아나지 못한다고 좌절한다.

꽃잎에 진 흉은 사실 아주 작은 걸지도 모른데 하루 종일 흉 걱정만 하기도, 진물이 펄펄 흐르는데도 쏟아지는 빗물을 즐기기도 한다.

바람은 바람대로, 햇빛은 햇빛대로 내리쬐면 그 안에서 꽃들은 꽃들 나름의 치열한 몸짓들이 일어난다.


꽃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세상에 서로 다른 상태의 꽃들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 아, 여긴 꽃밭이었구나. 같은 나이라고, 같은 성별이라고 같은 건 하나 없이, 새싹처럼 열정으로 피어나는 사람들과 벌레에게 물어뜯기며 힘들어하는 사람들, 그렇게 썩어 문들어진 사람들과 그렇게 이겨내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들까지.


마치 다큐멘터리 속에서 여러 꽃들을 조망하고 관찰하는 마냥 꽃밭들을 구경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 또한 그 꽃밭 속의 한 송이 꽃이겠지만, 꽃밭을 즐길 줄 아는 꽃이 되어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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