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내리는 성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습니다. 흩어져내리는 모래를 붙잡아도 다시 성으로 만들 수 없었습니다. 차차 나에게서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본 사실을 말하자면, 아니에요. 말하지 않을래요.
흩어져내리는 모래를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붙잡으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이기적이게도 모래는 날아가버렸으니까 어차피 소용없어요.
"너 왜 이렇게 푸석해졌어?"
깨달았습니다. 무너져버린 성의 모랫바람에 모래를 흠뻑 뒤집어쓴 내 모습을요. 말랑했던 내 모습은 보이지도 않게 푸석푸석한 생명체가 되어있었습니다.
이제는 제 차례입니다. 거부할 수 없나 봐요. 건조해지려고 했던 나는 사실 말랑한 사람이었음을 받아들여야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2020년, 따뜻했던 성탄절과 차가운 새해의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