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리뷰
1.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프랑켄슈타인>은 그 이미지가 너무 유명한 탓에, 굳이 스토리를 되짚어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한 줄로도 요약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물체를 창조했는데, 그 괴물이 인간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을 깨닫고 흑화하더니, 박사의 가족과 그를 차례차례 죽였다." 어떤 형태로든 이 비극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비단 위 스토리만이 아니라, 괴물은 로봇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공 생물의 형태로 수많은 매체 속에 등장해왔다.
2. 그렇다면 <프랑켄슈타인>이 단순 공포 소설과 비교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위 소설이 인간의 조건에 관한 새로운 탐구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외형과 신진대사 구조만 다를 뿐이지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언어를 배우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으며, 감정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다. 괴물이 용기를 내어 청년 펠릭스의 가족과 대화를 시도했을 때, 관심은커녕 가족들에게 얻어맞고 축사로 쫓겨나는 장면은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그는 인간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없는 것인가?
3. 그렇다면 괴물이 분노하며 박사의 가족들을 죽인 잘못은 제쳐두고, 더 높은 차원의 질문으로 가 보자. 인간의 인격 하나만으로, 우리는 그것을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 대우할 수 있는가? 먼 미래에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레벨의 인공지능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쉽사리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스카이넷'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무조건적인 디스토피아만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게임 '오버워치'의 경우, 기계인 '옴닉'은 부분적으로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이렇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공포 소설을 넘어 우리들이 겪을 수도 있는 개연성 있는 예측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인공 인격체가 존재하는 미래가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지능을 포함해 인간의 전유물로서 여겨졌던 많은 것들이 분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화 '공각기동대'에서처럼 몸의 몇 할이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는 어떠한가. 테세우스의 배 난제가 떠오른다. 이들은 인간인가? 기계인가? <프랑켄슈타인>은 그저 케케묵은 소설이 아니다. 책이 예언한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