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복싱을 한다거나 샌드 백을 오래 치다 보면 간혹 스텝이 틀어지고 자세가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문제는 하체의 근력이나 체력에 있다고 생각해 러닝을 늘리고, 마무리 운동으로 점프 스쿼트와 런지를 병행해 오곤 했다. 관장님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체도 체력도 모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관장님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발의 '접지'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발바닥 전면이 바닥에 척 달라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먹을 낼 때 체중은 앞으로 이동된다. 줄넘기나 스텝을 뛸 때는 발 뒤꿈치가 살짝 들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먹을 내지르며 옮겨오는 내 몸의 체중과 가중된 힘을 발 앞꿈치로만 견뎌야 한다. 그렇게 발바닥 전체로 접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하다 보면 힘은 모두 빠져나가고 자세는 곧장 무너지게 된다. 전류가 몸을 타고 지면으로 빠져나가듯 나의 힘과 에너지도 앞꿈치로만 지탱되는 불안정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누수되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뒷손 스트레이트를 던지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틀어진 허리와 함께 회전축을 따라 들려지는 뒷발의 뒤꿈치로 인해 양발의 위태로운 까치발이 완성되기라도 한다면, 설사 전성기의 타이슨이라 해도 핵펀치의 위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격이나 방어하는 순간만큼은 들려있는 뒤꿈치를 내려 발바닥 전면으로 안정된 자세를 취해야만 유효한 펀치와 체력낭비를 막을 수가 있는 것이다.
관장님의 가르침을 받고서 요즘은 발가락까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들려있는 뒤꿈치를 원하는 순간에 접지시키고, 다시 세우다 보니 자꾸만 발가락에 쥐가 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접지에 얼마나 무신경했던 것인지 깨달았다. 내지르는 주먹에 힘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신체에 어느 곳하나 거쳐가지 않는 곳이 없다. 지면과 맞닿은 발바닥에서부터 힘의 이동은 시작되어 다리를 타고 허리를 돌아 어깨를 거쳐 너클에 집중되어 타격점에 명중한다. 여기서 어느 하나라도 연속성을 갖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발을 땅에 딛는 그 순간부터 공격이 상대에게 가닿는 순간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는 접지와 동시에 공격의 유효성은 결정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매번 가볍게 넘어가던 몸풀기 동작들은 접지를 신경 쓰면서부터 심오한 명상이 되어버렸다. 줄넘기를 뛰고, 스텝을 밟을 때마다 발바닥과 접촉면의 질감에 집중하다 보면 느낌이 미묘해질 때가 있다. 지구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박차며 잽과 스트레이트 뻗다 보면, 이 행성이 사실은 몰래 나의 주먹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마저 든다. 그런 감각이 느껴지는 건, 나와 이 행성 역시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