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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일지> 백구 토리

by 김잼

토리를 '백구야'라고 부르던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는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공원에서 운동을 하셨는데 겨우내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오늘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살짝 반가웠다. 사실 아줌마라고 하기에는 할머니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산길로 산책을 하는 나는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지만 몇 안 되는 어르신 중에 유일하게 토리에게 호의적인 분이시다. 아마도 강아지를 과거에 키운 적이 있어서 토리를 반겨주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했었다.

토리에게 인사해야지 하면서 멋쩍게 말해봤지만 토리는 내 마음도 모르고 도망가기 바쁘다. 아마도 자신을 백구라고 불러서인 것 같다.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아줌마지만 그간 잘 사셨기를 바란다. 우리 누군지는 몰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그리고 몇 번 말씀드리지만 얘는 백구가 아니라 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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