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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일지> 새초롬 봄

by 김잼

바람이 따뜻하다. 불과 몇 주전만 해도 차가웠던 바람이 이제는 세차게 불어도 따뜻함만 남아 있다. 따뜻한 바람에 내 마음도 녹는다. 원수도 용서해 줄 것만 같은 바람이다. 내가 사나웠던 건 차가운 바람 때문이었을게다.

바스락바스락 산길을 걷는 소리가 포근하다. 겨울에 떨어졌던 잎과 나뭇가지들은 거름이 될 테고 앙증맞은 새싹을 틔우겠지. 나무도 봄이 되면 명을 다한 것들을 버리고 새싹을 틔우는데 내가 새로운 것을 틔우지 못하는 것은 버리지 못해서인가보다. 봄맞이 준비는 버리는 것부터라고 나무가 알려준다.

따뜻한 바람도 바스락 산길도 새초롬하게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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