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확장의 시간<8>
역사가 인류 스스로 간직한 자신에 대한 기억이라면 문명은 인간이 그 역사를 실현해 온 방식의 총체이다.
- 사색업자
*오늘의 이야기
미국 오리건 주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운전면허증의 성별 표기에 남(M·male)과 여(F·female) 외에 'X'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분류할 수 없는 성별'이라는 의미에서 'X'로 통칭하였으나 분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죠. 성별 'X'에 해당하는 성적 소수자(LGBT)에 해당하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들에게는 반길만한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성소주자들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사건입니다.
남자냐 여쟈나
그것이 아닌 성정체성의 문제
20세기가 남녀 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된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남녀'의 차별이 아니라 '성정체성' 차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전개될 세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이미 진행중인 일일 수 있죠. 성소수자에 대해 찬성을 하거나 반대를 해서 이를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적' 문제가 아니라, 성정체성에 대한 팩트체크를 통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아보는 '사실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달리 말해, 선택에 의한 성정체성의 자기결정이 가능한 시대라고 볼 수 있죠.
몇 천년 간 인류는 남자 아니면 여자로 성정체성이 분류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남자가 여성보다 더 우위의 권력을 차지해 왔습니다.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도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그 차별을 깨고 여성이 남성에 버금가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그 중심이었습니다. '남자 대 여자'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 성 역할이나나 성적 표현에 또한 어느 성(남자 아니면 여자)에 속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고 그에 따른 삶을 살아야 했죠.
성별의 결정은 크게 태생적인 성(sexual-identity)과 사회적인 성(gender-identity)과 성지향적 성(sexual-orientation)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전통적인 성별의 결정은 태생적인 성에 의해 결정되었죠. 그렇지만 20세기를 지나오며 사회적인 성과 성지향적 성에 따른 성정체성을 갖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죠. 성정체성이 성 역할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문화적으로 남자 또는 여자를 특정하는 경우가 줄어들어기 때문이죠. 성정체성이 하나의 스팩트럼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상입니다.
여자예요? 남자예요?
인간이면 안 될까요?
이제 20세기에 태어난 이들과 21세기에 태어난 이들은 매우 다른 성정체성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성정체성에 대한 생각 차이가 곧 세대 차이가 될 수도 있을 테죠. 태생적으로 남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남자'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고, 태생적으로 여자로 태어났고 '여자'로 살아가기로 했지만 성적 표현은 '남자'일 경우도 있겠죠. 한편으로 태생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모든 성을 갖고 태어나(간성) 성적 표현은 '남자'인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남자 또는 여자로 태어나 '양성애자'로 살아갈 수도 있겠죠.
*사색업자의 문제의식
화장하는 남자인 김기수 씨가 사회적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성적 표현'의 문제에 있습니다. '남자가 왜 저러냐?'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논란이죠. 남자처럼 옷을 입고, 여자처럼 말을 한다 해서 놀림을 받지는 않지만 완전히 남자같이 또는 완전히 여자같이 행동하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죠. 그렇지만 '완전한 여자'나 '완전한 남자'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류는 또한 과거와는 다른 인권 문제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성소수자(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있어 다수가 아닌 소수인 자) 문제를 빼놓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일부 나라와 미국의 50개 주 중 30개가 넘는 주에서는 성소수자 문제를 합법화함으로써 그들끼리의 결혼이 가능해졌지만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하나의 병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개인이 자기의 정체성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환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자연스러운 성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 역시 성다수자처럼 동일하게 인정받아야 할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죠.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동성애를 언급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블로그 바스락(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