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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11. 2021

마지막에도 철학은 다시 묻는다

처음처럼 묻는다, 나와 내 삶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누군가는 숨이 막힐 수 있다. 지금까지 의미를 찾는 여행을 해왔는데 그 여행의 막바지에 ‘의미가 꼭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다니.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왜 철학을 전공했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쓰는 이 글이 대체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왜 사람들이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지도 알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마지막까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와 내 삶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고 그에 대한 해답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끝없는 질문 속에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철학함의 과정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는 것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철학에서는 말 그대로 ‘만에 하나’ 내가 내린 결론이 ‘잘못’이라면, ‘오류’라면, ‘거짓’이라면, 하고 가정한다. 더 나은 해답을 찾고자 하기에.


의미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듯
생각을 안 해도 살아갈 수는 있어


인생에 의미가 꼭 있어야 사는 것도 아니고, 의미가 없다 해도 무의미한 인생은 아니다. 철학적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철학적 생각을 한다 해서 삶을 더 잘 사는 것은 아니고, 철학적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더 철학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난 다만 내 삶의 이야기를 하고, 내 삶에서 중요했던 철학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철학적으로 삶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면, 아마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라는 의도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학교라는 제도권에서의 철학을 그만 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이 내게 더는 의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철학을 공부하며 배운 철학적 사고는 내 인생에 커다란 의미를 주었다. 무엇보다 난 여전히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적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철학 공부를 그만둔 나는 직장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인문학과 관련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전업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건물주가 되는 것이 철학자가 되는 것보다 낫고, 건물주인 철학자가 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깊게 넓게 사유할 힘은 그에 버금가는 일임은 틀림없다. ‘정신 승리’라 해도 괜찮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 승리에 불과해도 그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은 저마다의 의미로 살아간다. 철학을 유용함으로 따질 순 없지만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있다. 그것은 바로‘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러한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쓸 책도 있다. 꼭 써야 하는 책이 있다. 하나는 오래 전에 쓰기 시작했던, 한참을 쓰지 않았던 SF소설이다. 달과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하나는 ‘장자’를 소재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장자는 동양철학에서 중요한 사상가 중 하나인데, 한 인간으로서 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문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기보다는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완성해 보고 싶다.


여기에 더해 예술가로 살아가고자 한다. 철학 공부를 그만두며 예술에서 나를 실현하는 방식을 찾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철학을 공부한 것처럼 이것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하였다. 현재 예술과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고, 사진과 그림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표현하고, 나를 실현하고, 나를 느끼고, 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의 이 순간이 나는 좋다.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내렸던 결론 하나는 ‘사는 것 자체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인생은 자기 뜻대로만 살아갈 수 없고,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들도 평등하지 않다. 그래서 고통이 시작되고, 그래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산다는 이유로, 존재한다는 이유로, 그 이유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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