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부여하는 삶의 의미
인간에게 있어 ‘의미’란 ‘음식’과 같다. 영양분을 섭취하여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동기와 살아갈 이유를 얻기 때문이다. 요가나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보면 의미를 찾는 행위가 인간에게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더 좋은 삶을, 보람된 삶을 살아가고 싶기에 삶의 의미를 묻는다.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태어났기에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내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있어 몇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나는 삶의 의미를 묻지 않은 채 하루 하루 즐겁게 살아가며 세간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삶의 의미를 계속 추구해 나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 -자신이 선택할 수 없어 받아들여야 하는 환경 또는 여태 살아오던 삶의 방식- 을 유지하며 좀 더 의미있는 또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삶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묻지 않거나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거나
또 다른 선택도 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자살이다. 자살은 대개 극단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거나 의지 박약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철학자나 예술가 중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사람들이 많다. 존엄사와 같이 신체적으로 더 이상 생존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살을 긍정하거나 옹호하자는 의도는 아니나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건 가혹한 일이다.
나 역시 자살을 생각해 보기는 했다. 다만, 그것은 자살을 철학적으로 생각해 본 것이지, 정말 자살을 해야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다. 정말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삶을 살아갈 이유를 잃은 사람이다. 내가 자살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먹는 게 행복했다. 그건 정말 오랜 시간 끝에 찾은 살아야 할 이유였다. 먹을 때 이렇게 행복한데, 내가 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은 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다. 철학 공부도 그 중 하나였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좋은 책 하나를 쓰고 죽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물론 책은 이미 여러 권 썼지만. 여러 권 쓰고 보니 더 쓰고 싶다. ‘욕심’이 있다는 것은 먹는 것만큼이나 살겠다는 의지의 증거이다. 그래서 더 살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대체 얼마나 살고 싶은지 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 만큼 살련다. 물론 삶의 끝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겠지만.
한편으로, 이런 질문 자체가 의미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철학이란 그렇다. 실컷 오랫동안 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놓고선, 내가 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지 되묻기도 한다.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물음을 물을 만큼 인간이 우주에서 가치있는 존재일까? 만일 그럴 만한 존재가 아니라면? 인간의 삶이 정말 무의미한 것이라면 의미를 찾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대체 이런 생각들이 다 무어란 말인가!
무의미할 수 있는 인생
그래서 스스로 의미 부여하기
그렇지만, 인간의 삶이 무의미하다면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삶이 무의미하다니! 내가 무의미한 인간이라니!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반대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다. 사람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만큼 삶도 다양하다. 그것 자체로 하나의 의미일 수 있다. 사람이 원래 그렇고 삶이 원래 그렇다는, 그 사실을 깨닫는 것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삶의 의미가 없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을 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기의 존재에 대해, 자기의 감정에 대해, 자기의 행동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삶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소소한 노력들이 살아갈 의지도 만들어 줄 것이다.
다만 의미를 부여할 때의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몇 가지 조건은 필요하다.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않을 것, 누군가의 삶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방해는 되지 말 것, 살아있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라도 살고자 하는 것들의 의지를 꺾진 않을 것, 이런 걸 따져묻는다고 한심해 하는 사람들을 한심해하지 말 것, 그리고 견디기 힘들더라도 타인의 삶을 존중해 줄 것, 등등. 이것만 지킨다면 최소한 그 의미가 타인을 괴롭게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하지 않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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