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N LIFE>에 실린 글
'삶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주제로 청탁이 들어온 글로, 한전kdn 사보인 <KDN LIFE>에 실린 글이다.
“삶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느 소설에서, 어느 시에서, 또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한번쯤 읽어보았을 이 말은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그렇게 살기를 바랐기에 기억에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난 나를 찾기는커녕 그 누구보다도 현실에 잘 적응해 살고 있다. 사실, 내가 누군지 몰라도 사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나다운, 내가 원하는 나와 만나는 일
돌이켜 보면 누구나 가는 곳이니 대학에 들어가야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람 구실은 해야 하니 직장에 취직했다. 그 사이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게 되었을 테지. 그러다 아기가 태어나고 열심히 길렀다. 누구는 결혼생활이 몸에 맞지 않았고, 다른 누구는 결혼이 중요하지 않아 또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누구나 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돈을 벌고 챙겨야 할 걸 챙기며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왔다.
그러다 문득 내 삶이 진정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는지 의심이 드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한들 지금에 와서 어쩌랴. 모든 걸 다 버릴 순 없는 일이고, 만족스럽진 않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자신을 다독이고 살아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런 고민 따위 중요하지 않다며 즐겁게 오늘을 살아왔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삶의 고민이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 다르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내가 원하는 나와 만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나란 ‘나다운 나’이거나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나’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갖고 싶은 성격이나 감성을 가진 그런 나이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나를 만나는 것은 어렵다. 부자나 예술가나 가능한 것처럼 보이고 나는 예외인 것 같다. 그래서 보통은 차선을 선택한다. 갖고 싶은 걸 덜 갖거나 하고 싶은 걸 덜하며 적정선을 맞춰나간다.
그렇다고 이대로 머물기엔 뭔가 살짝 아쉽다. 한번쯤은 나도 날아오르고 싶으니까. 나를 만난다는 건 살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일 중 하나이다. 그것은 성취감이나 보람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느낌이기도 하다.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나만이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세상에 이끌려 하루하루 살아가기보다 내가 내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고, 정말 나다운 삶을 살아야 가질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를 알기 위한 작은 것부터 시작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서 나를 찾아야 할까. 나를 찾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나를 좀 더 잘 이해하는 일이다. 내가 어떤 성격과 재능을 지녔고 어떤 성향이며,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내 마음에 드는 나로 변화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나에 대해 알기 위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작은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나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므로. 당장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언젠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해보겠다는 결심도 좋다. 내 성격이나 성향을 좋은 방향으로 다듬는 일도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단 5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 보자. 고요하게 있는 시간을 가져야 나에게 말을 건넬 수 있고 나를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시간과 순간들이 나와 만나는 창구이자 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살다 보면 나를 억누르고 숨겨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포기하지 않고 애써 본다면, 비록 내가 원하는 바에 못 미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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