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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Dec 17. 2015

9화 철 드는 날

<단상 9>

어느 작은 공원에서
꼭 피아노 건반 같이 내린 눈을
더듬어 가 본다.
반원을 그리며 볼록 튀어나온 나무 위로 첫 눈이 사뿐히 내려앉아
이제 겨울이야, 하며 자리를 내달라고 가을을 떠밀고 있다.
겨울의 진입로 12월,     

그러나 아직 다 사그라 들지 않은 가을의 기운이
쓸려가지 않은 낙엽에 간간히 묻어나고 있는 즈음
찬 바람 속 공기가 상쾌함을 얹어주는 이때에
한층 가볍게 걸음을 떼고 있다.
내린 눈에 남기고 싶지 않은 발자국.          

어느 때부턴가 철 돌아오는 것을 알아차렸고
어느덧 알아차리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계절을 느낀다는 것,
어쩌면 마음이 앞서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

철 돌아올 때, 애써 돌아보지 않아도
그 가볍고 뜨겁고 바알갛고 찬 기운을 더듬는 날,
그렇게 나는 철이 들어
어느새 나일 들어
보라, 눈 앞에 펼쳐진 존재의 향연을
- 띵커벨

*미디어와 톡을 엮은 감성 매거진


^엮인 글 : 8화 돈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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