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0>
추출한 에스프레소 한 잔.
내 인생 최고의 커피 중 하나이지. 처음 맛 본 에스프레소였으니까.
커피를 먹기 시작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 왜 이 쓴 커피를 마시며 '맛'을 논하는지 궁금했다. 어느 날, 커피를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전까진 이건 커피다, 하고 먹었으니) 정성 가득 맛을 보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막대 설탕 하나.
살짝 저어 넘기고, 남은 향을 음미한다.
그렇게 시작한 커피였다. 시작했단 말이 웃기다만. 흔한 말로 사람들이 말하는 문화 생활 좀 하기 시작한 게지. 커피의 시간을 폄하할 의도는 아니다. 그 자체로 좋은 순간을 안겨주니까.
따스한 김과 씁쓰름한 카페인, 아침마다 만나는 긴 숨. 안도와 평온, 영감과 활기를 안겨 주지. 대개는 그냥저냥 사소한 사건들의 연속인 일상에서 인간의 기억에 남는 건 시간에 대한 기억과 인상.
이 한 잔엔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
찌푸둥한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오늘,
다시 아침이다.
보라, 눈 앞에 펼쳐진 존재의 향연을
- 띵커벨
* 미디어와 톡을 엮은 감성 매거진
^엮인 글 : 3화 커피와 대화
^엮인 글 : @커피마쉴랭 2호_숨_부천 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