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답게 살아가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명성과 내 몸(자기자신), 어느 것이 더 귀한가? 내 몸(자기자신)과 재물,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지나치게 아끼다보면 그만큼 낭비가 크고, 너무 많이 쌓아두면 그만큼 크게 잃는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수모를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곤란함에 처하지 않은 채 살 수 있다.
노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고 물으면 노자는 “무리하지 말고, 너무 욕심 내지 말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자신의 삶에서 부와 풍요를 발견해 보세요” 할 것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의미는 송충이가 솔잎만 먹고 살란 것이 아니라, 자신 앞에 놓인 물질이나 정신의 자산이 가진 부와 풍요의 가치를 발견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장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도 장자는 “자기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자신과 자신이 가진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달으며, 외면이 아닌 내면에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세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장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요 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겠다고 말하자 허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이미 천하를 잘 다스리고 있소. 그런데 내가 자네 자리를 대신한다면 나는 그저 명성이나 얻자는 꼴이 되겠지요. 명성이라는 것은 실질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더러 그런 껍데기가 되라는 것인가요? 깊은 숲에 둥지를 트는 뱁새에게 필요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고, 강물을 마시는 두더지에게 필요한 물은 배를 채우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돌아가 쉬십시오. 나에게 천하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장자>
허유는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나에게 쓸모가 없으니, 요 임금에게 당신이나 가지라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므로 억만금을 준다 해도 싫다는 의미이다. 나에게 쓸모가 없다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노자는 명성이나 재물 또는 권력보다 나의 몸,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진 가치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강조한다.
저어 멀리, 고대 그리스 시대로 가 보자. 마케도니아 출신으로 그리스 일대와 멀리 인도까지 진출하여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현자라고 알려진 디오게네스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당신의 지혜를 구한다는 알렉산더의 말에 디오게네스는 지금 당신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쬐끔만 비켜달라 요구했다. 당신의 권력 따위 관심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삶에서 진정 이루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해답이 곧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부자가 되는 것이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명성이, 또 어떤 이들은 권력을 지는 것이 존재 이유일 수도 있다. 그것이 진정 자신의 모습이라면 말이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추구하니 그곳에 갈등과 다툼과 경쟁이 존재랑 수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은 천차만별 각자가 다 다른 사람이지만,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신으로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노자는 묻는다. 당신이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당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당신이 얻어야 할 것은 오직 자기 내면에서 발견해야 하고, 당신이 잃은 것은 그저 자기 외면에 놓인 것이니 잃어버린들 무슨 문제냐 묻는다.
자기답게 산다는 기준에서 무엇을 너무 아끼다보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반드시 크게 나가는 때가 생기고, 너무 쟁여두면 -자신에게 이미 차고 넘치는 것임에도-반드시 크게 망하는 때가 생긴다. 그리하여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수모를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래도록, 죽는 날까지 큰 위태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자기가 훌륭한 사람임을 알아주고 그것을 알고 나면 더 존경해줄 터이므로 훌륭하게 된 사람, 그리고 자기 덕성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조건이 아니면 좋은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자에게서 우리가 얻을 바는 적다 (중략) 나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걱정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남의 것을 빌려서 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서 부유해지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사건밖에 보지 못한다. 각자 속으로는 열병과 공포심으로 가득하면서 겉으로는 태평한 얼굴을 보일 수 있다. 그들은 내 마음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내 용모밖에 보지 못한다. -몽테뉴 <수상록>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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