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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04. 2024

도덕경 45장 맑고 가볍게

크게 이룬 것은 결함이 있어 보이지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45장 번역 및 해설


본문


크게 이룬 것은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 작용에는 폐해가 없다. 크게 비어있는 것은 가득차 보이나, 그 작용에는 궁색함이 없다.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크게 뛰어난 기교는 서툴어 보이며, 크게 뛰어난 언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


급한 것이 가라앉아야 차갑지 않고, 고요해지고 나서야 뜨겁지 않으니, 청정함(맑고 고요한)이 천하의 올바름이다.



해설


참 재미난 45장이다. ‘가늠할 수 없다’라는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다. 어느 경지나 수준에 이르러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반대로 낮은 경지에서나 수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낮은 수준이나 경지에서 보기에 높은 수준이나 경지에서 크게 이룬 것은 결함이, 크게 비어있는 것은 가득차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크게 이루는 것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니 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크게 이루기에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좋은 결과들을 낳기도 한다. 큰 사람이 세상을 이끌거나 기업을 경영할 때처럼 말이다. 또한 크게 비어있는 것은 가득차 보일 수 있으나 언제나 에너지로 넘친다. 6장에서 본 것처럼 전혀 고갈되지 않고 그 혜택을 누구에게나 주기 때문이다.


크게 곧은 것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굽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곧은 것을 목격할 일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곧게 보기보다 비딱하게 보기 때문이다. 또한 크게 뛰어난 기교는 실제로는 기교를 부리지 않기에 서툴어 보일 수 있다. 단순하게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들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크게 뛰어난 언변 또한 꾸밈 없이 담박한 말만 하기에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


공자는 번지르르한 말투와 꾸밈 많은 낯빛을 가진 사람(교언영색巧言令色)보다는 강직하고 어눌하며 순박한 사람(강의목눌剛毅木訥)이 오히려 인에 가까운 사람이 많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공자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강조했다. 자기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라 말했다. 그렇게 자신의 수준과 경지를 높여야 한다.


높은 산에 올라가고 넓은 바다에 이르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장자에 등장하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우물 안 개구리. 그것도 깨진 우물 안 개구리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그 우물이 세상 전부인마냥, 그리고 그곳의 지배자가 자신인마냥 우쭐댄다. 그런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말해준들 그것을 알 리 없다.


한편으로, 45장은 ‘웃음거리가 되어야 도이다’라는 41장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진리나 진실은 외면당하기 쉽고 자주 부정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싶다. 진리나 진실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그것을 외면하거나 부정해온 이들에게 그것은 당황스러운 일이자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어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소크라테스처럼 살아갈 사람들은 0.01프로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는 그렇게 살아가지 않고 그렇기에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마시는 형벌이 내려질 수 있었다. 어쩌면 모두가 공범이다. 그런 비슷한 일들은 시대를 떠나 지속된다.


그리하여 노자는 20장에서 흐리멍덩하고 빈털터리인 자신과 영악하고 뽐내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교하며 사람들이 가진 어리석음을 에둘러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조급함을 피하고 고요해지기를 바랬다. 조급해지면 앞뒤 분간을 하지 못하고 강하게만 나아가니 차갑다 표현했고, 고요해져야 자기 앞에 놓인 상황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으므로 뜨겁지 않다 표현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맑고 가볍게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고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게 삶에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부와 풍요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눈앞에 이익이 보일 때도 감당하지 못할 힘든 일이 다가올 때도 한결같이 마음 속으로 주문처럼 되뇌여 보자.


맑고 가볍게.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drawing-kimso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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