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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10. 2024

도덕경 46장 만족할 줄 알아야 참된 만족

소유가 아닌 존재에서 발견하는 만족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46장 번역 및 해설


본문


세상에 도가 있으면 잘 달리던 말을 데려다 거름을 주는 데 쓸 수 있고(길들이지 않은 야생마가 저절로 찾아온다), 세상에 도가 없다면 군마가 성 밖에서 새끼를 낳을 것이다(길들인 군마가 도망간다).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고, 무언가를 얻고자 라는 욕망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리하여 만족할 줄 아는 것(그칠 줄 아는 것)이 참된 만족(常足)이다.



해설


46장은 ‘만족의 지혜’를 가리키는 장이다. 만족함을 알고 만족하면 탈이 없다는 의미. 그렇다면 만족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느 선까지를 만족이라 여기고 어느 선까지를 불만족이라 여겨야 할까. 사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만족하는 선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다보면, 얻고자 지나친 욕망을 품다 보면, 노력 없이 공짜로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어의 자유free는 ‘-으로부터의 자유’이다. 그 무엇으로부터는 대체로 계약과 구속이다. ‘당신은 오늘부터 자유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은 오늘부터 계약이나 구속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으로부터’ 벗어나기에 자유free의 의미는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다. 자유권freepass이나 금연freesmoking 등에서도 보듯 각각 요금(-으로부터)과 연기(-로부터)에서 벗어나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에히리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에서 기존의 소극적 자유(-으로부터의 자유 from freedom)에서 적극적 자유(-에게의 자유 to freedom)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과거 개인을 억압하고 속박하던 권의주의와 독재 또는 제도와 같은 것들로부터 벗어난 현대인은 이제 개인에게 전적으로 주어진 자유와 대면하며 불안과 두려움, 혼란을 겪는다.


에리히 프롬은 한 개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선택과 책임으로부터 도피escape하지 말고 그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만이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 역설한다. 노자가 말하는 만족 역시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에, 소박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외부에서 만족을 구하는 대신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라는 의미이다. 곧 자신에 대한 전적인 만족으로 보아야 한다.


노자는 자기자신에 전적으로 만족하고 지신의 내면에서 가치를 발견하여 이를 통해 살아갈 때 복이 저절로 들어오고, 이와 반대로 살아갈 때 화가 들어온다 보았다. 그래서 도가 있다면(자기자신에 만족하고 그에 따라 살아간다면) 밖에서 기르는 야생마도 저절로 찾아온다는 의미이고(부와 풍요가 증대), 반대로 도가 없다면(자기자신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외적인 것에서 만족감을 찾는다면) 집에서 기르는 말이 도망간다는 의미이다.


소유는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소유엔 쓸모있는 것만이 아닌 필요없는 것들도 포함한다. 그리고 그 소유에는 다른 누군가와의 경쟁이 존재한다. 소유 경쟁이 심할수록 가치는 높아지고 소유 경쟁이 낮아질수록 가치는 낮아진다. 이러한 소유 경쟁에 따른 가치는 결코 만족감을 줄 수 없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 양식이 아닌 존재 양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자 역시 다르지 않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자기자신으로 존재하고, 자기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은 다른 소유물로 대체할 수 없고 그 어떤 가치로도 환원할 수 없으며, 가장 본질적이기에 오직 하나의 가치를 가진다. 이것이 곧 참된 만족감이자 최고의 만족감이다.


그리하여 도를 가진 사람은 자기 존재가 주는 부와 풍요로 가득차 있고 그 부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부와 풍요는 자기 스스로 발견하고 계발해 나간다면 결코 사라지거나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돈이 들지 않지만 결코 돈으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무엇이기도 하다. 오늘은 에리히 프롬 선생과 함께 했다.


부자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주는’ 사람이다.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안달하는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가난한 사람, 가난해진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부자이다. -사랑의 기술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richness-taote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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