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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11. 2024

도덕경 47장 세상에 대해 훤히 알다

참된 지식, 참된 삶, 그것이 도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47장 번역 및 해설


본문


집밖에 나가지 않고도 세상에 대해 알고(지식을 얻을 수 있고),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멀리 나아갈수록 그 지식은 적어질 것이다(시야가 좁아질 것이다). 그리하여 성인은 돌아다니지 않고도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직접 보지 않고도 온갖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애쓰지 않고도 통달할 수 있다).



해설


흔히 말하는 천리안, 만리안의 경지. 가만히 앉아 세상을 들여다보는 통찰을 드러내는 47장이다. 유학에서 중요한 경전 중 하나로 취급하는 <대학>이라는 책에는 격물(格物)과 치지(致知)라는 말이 등장한다. ‘격물’이란 ‘세상 만물을 탐구’한다는 뜻이고, ‘치지’란 ‘지극한 지식에 이른다’는 뜻이다. 직접적 관찰보다는 사색에 의한 지식 탐구라 할 수 있다.


중국 남송 시대에 주희라는 철학자가 있었는데, 주희는 고대의 유학 서적들을 집대성하고 당시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유학을 새로운 경지로 높이고 주류 철학으로 끌어올린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 중에서 주희는 세상 만물에 대한 탐구로 <대학>에 등장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들었다. 서양철학에서 ‘인간이 이 세계를 어떻게 파악할까?’라는 물음에 답하는 인식론에 해당하는 논의이다.


이것을 가장 절실하게, 진지하게 실천한 철학자가 한국에 있었다. 바로 조선 최고의 기생 황진이의 마음을 뒤흔든 사람, 바로 화담 서경덕이다. 가난했던 서경덕은 변변한 스승 하나 없이 스스로 공부했다. 가난보다는 아마 원래 그런 성향이었을 것 같지만. 그는 궁금힌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깊이 사색하는 방법을 통해 지식을 얻고 이치에 통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사색으로도 충분히 높은 정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식이다. 가령, ‘연필’이란 글자를 써서 벽에 붙여두고 사색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질문이 가능할까? 우선은 ‘연필’이 갖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연필은 ‘흑연과 점토의 혼합물을 구워 만든 가느다란 심을 속에 넣고, 겉은 나무로 둘러싸서 만든 필기구’로 정의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질문할 수 있는 것은 연필을 만드는 공정이다. 또는 연필이 만들어진 역사이다. 최초로 연필을 만든 사람에 대한 궁금증. 그는 왜 연필을 만들고자 했을까. 또는 연필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기업에서 가장 좋은 연필을 만들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왜 연필을 좋아할지, 어떤 연필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인간은 왜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물을 수 있다.


멀리 갈수록 앎이 더 협소해진다는 의미는 핵심을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두루두루 안다고 꼭 핵심을 파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에는 집중하지 않고 부차적인 문제에 너무 신경쓰는 일이다. 시험이 가까워지거나 공부를 막상 시작하려 하면 온갖 색볼펜을 준비하고 멀쩡히 쓰던 지우개 대신에 새로운 지우개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색에 의한 지식 확장은 핵심을 파악하면 저절로 그 주변에 대해 알게되는 이치이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연역법이라 부른다. 어떤 사실(전제)이 참이라면 그에 따른 사실(결론)역시 참이다.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3단 논법이 바로 이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이다(대전제)  헬라는 인간이다  따라서 헬라는 이성적이다’라는 3단 논법에 따라 진리를 밝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연역법의 치명적인 허점 하나는 대전제에 오류가 있다면 그 지식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일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다면? 실제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고 이성이 있다 해도 그 이성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인간에겐 감성의 영역도 중요하다. 이렇게 대전제가 잘못되었다면 그에 따라 ‘헬라는 이성적이다’라는 결론 역시 참이 아닌 거짓이다.


그래서 이성만이 아닌 실험과 관찰에 의한 결과도 중요하다. 그것이 곧 과학이고 그 문을 연 사람이 베이컨이다. 수많은 사실을 확인하고 검토하여 그 안에서 귀결되는 하나의 결론을 찾는 방법이 곧 귀납법이다. 베이컨은 인간으로서 갖는 오류인 종족의 우상, 개인으로서 갖는 오류인 동굴의 우상, 언어에서 비롯되는 오류인 시장의 우상, 잘못된 권위와 관습에 따른 오류인 극장의 우상 등 4개의 우상을 내다 버리고, 과학적 방법에 기댄 참된 지식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연역법이 되었든 귀납법이 되었든, 사색이 되었든 실험과 관찰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노자를 비롯한 모든 철학자는 진리에 도달하고자 했던 사람들이라는 데 있다. 그 목적은 남들보다 더 똑똑해지거나, 권력을 얻거나,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참된 믿음으로 참된 삶을 꾸려가고자 했다. 그것이 참된 부와 풍요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이를 ‘도’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관련 글

https://brunch.co.kr/@nullurala/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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