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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18. 2024

도덕경 49장 세상 모두를 품에 안아

백성의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49장 번역 및 해설


본문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어서, 백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여긴다. 그리하여 나는 선한 것은 선하게 받아들이고, 불선한 것 역시 선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덕선(德善, 최상의 선함)이다. 또한 나는 신뢰할 것은 신뢰하고, 신뢰하지 못할 것 또한 신뢰하고자 한다. 이것이 덕신(德信, 최상의 신뢰)이다. 성인은 세상과 함께하니(잘난놈 못난놈 가리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뒤섞을 수 있다(합칠 수 있다). 성인은 그저 세상 모두를 어린아이처럼 안을 뿐이다.



해설


불교에는 관세음보살이 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보살핀다는, 그런 바람을 담은 보살이다. 관자재보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하여 중생을 보살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할일이 많은 보살이다. 보살이란 산스크리트어인 ‘보디사뜨바bodhisattva’의 음역으로 ‘깨달은 자’란 뜻이다.


불교에는 이런 보살들이 가득하다. 지혜로 중생을 일깨우는 문수보살,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구원하는 지장보살, 그리고 본래 부처인 석가모니 사후 56억 7천 만 년 후에 등장하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보살에 이르기까지.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보살들이 이 세상을 굽어 살피고 있다. 49장은 이런 보살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노자는 성인은 백성을 가련하게 여겨 선한 것도 선하게, 선하지 않은 것도 선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신뢰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인은 신뢰할 사람도 신뢰로, 신뢰하지 못할 사람도 신뢰한다. 일상에서 겪어봤겠지만 누군가를 선하게 바라보는 일이나 누군가를 굳게 믿어주는 일은 정말 어렵다. 더욱이 악한 사람을 선하게 바라보고 믿지 못할 사람을 굳게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하여 덕선德善이자 덕신德信이다. 선함과 신뢰의 절정을 의미한다. 38장에서 보았듯 덕은 도의 경지에 이른 인간이 가진 최고의 성정을 의미한다. 덕선은 더는 선할 것 없는 선함의 절정 상태이고, 덕신은 더는 신뢰할 것 없는 신뢰의 절정 상태이다. 성인은 그런 사람이기에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두루 살피고, 모두가 평온할 수 있도록 도우며, 늘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부처의 자비도 그렇다. ‘자비慈悲’란 기쁨과 슬픔이다. 그런데 부처의 자비는 ‘대자대비大慈大悲’, 곧 큰 기쁨과 큰 슬픔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큼’은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말한다. 바로 무한대. 무한의 기쁨과 슬픔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대상은 모든 중생이다. 그것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중생을 가리킨다. 시공간과 모든 대상을 뛰어넘으니 부처의 자비심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는 동정이자 공감이요, 용기이다 용서이다.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자, 그의 처지를 깊게 이해하는 것이자, 그의 마음이 되어보고 그의 처치를 이해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함께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준다. 마치 예수가 세상 모두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것과 다름없다. 오늘 이 시간부로 모든 이는 무죄!


예수가 그토록 죄 짓고 살지 말라 강조하셨으나 인간은 그에 못 미쳐, 그 이후에도 죄 지은지 벌써 2천 여 년이 넘고 말았다. 노자가 기원전 500여 년 전에 태어났으니, 인류가 지은 죄도 어느덧 2500여 년이 지났고, 미륵불이 도달하려면 65억 년이 남았으니 그동안 지을 죄를 쌓아올리면 우주를 다 채우고도 남을 일. 그럼에도 성인은 모든 이를 어린아이처럼 대한다. 그저 긍휼히 여길 뿐.


예수가 산에서 가르침을 내리셨다는 그 유명한 ‘산상수훈’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마태복음 5장>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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