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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Feb 15. 2016

#11 공정 무역이 주는 불공정한 불편함

지구촌 이야기<6>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10년 새에 공정 무역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았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공정 무역이란 간단히 말해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산다는 의미이죠. 각국의 정치적 상황, 경제적 격차 등으로 인해 후진국의 노동자는 적은 임금으로 착취를 당하고, 선진국의 소비자는 좀 더 값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구분된 것은 대항해 시대와 제국주의 시대 이후부터였고, 이는 현대 세계의 불공정한 무역을 만든 세계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공정 무역 상품에 대한 소비가 아니라 해서
모든 것이 불공정할 수는 없어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한 푼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합니다. 이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유기농 식품을 고려한다든지 재료의 신선함을 고려한다든지 상품을 만드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싼 게 좋죠. 이런 점 때문에 마트 진열대 위의 상품들은 공정 무역이 아니라 일반 무역으로 수입된 것들입니다. 당연히 해외 중에서도 임금이 값싼 국가들에서 생산된 제품일 것입니다. 그래야 단가를 맞출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대한민국 땅에서 불공정하게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없을 것입니다. 기업에서 만든 물건에 대해 제값을 치르고 샀는데 이것이 불공정한 무역이라고 하니 찜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후진국의 노동자를 경제적으로 착취할 생각도 없었고 불공정하게 거래를 한 기업의 물건을 골라 일부러 산 것도 아닙니다. 공정 무역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공정 무역을 꼭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공정 무역에 대한 불공정한 불편함이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죠.


한 마디로, '공정 무역'이라는 말의 의미가 소비자에게 도덕적 불편을 주는 것입니다. 누구나 의도적으로 불의를 저지르며 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불공정하게 물건을 사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공정 무역에 대해 알고 보니 구매 활동의 대부분은 불공정한 무역에 의존해 있었고, 그냥 평소대로 구매하자니 양심에 약간 찔리는 부분이 있고 공정 무역을 이용하자니 너무 비쌉니다. 더군다나 적극적으로. 동참할 마음은 없으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도 없는 일이죠.

나에게 직접적 책임도 없고
시대의 문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어

비록 직접적 책임은 없더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원치 않은 내적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외면하고 불공정 무역을 계속하거나 가끔은 공정 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을 덜 수도 있죠. 아니면 지금 당장 공정 무역을 위한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세계의 구조를 당장 바꿀 수 없는 일이고 그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은 아니니 관심을 갖고 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봅니다.


지금도  형태만 다를  뿐  제국주의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보다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을  상대로  막대한  이윤을  뽑아내는 것  역시  약탈과  침략에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 [세계사 왜?] 중에서


^엮인 글 : #10 원시인과 인류의 퍼즐 맞추기

^엮인 글 : #8 카카오 스토리(초컬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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