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Feb 18. 2016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오편)

누구나 베풀 수 있고 누구나 받을 수 있다면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고종명, 즉 삶을 잘 마무리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즘 말로 풀면 웰빙잉, 웰다잉이라 할 수 있죠. 시쳇말로 잘 먹고 잘 살다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합니다.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석가모니가 사람 산다는 게 그대로 고통이라 했는데, 별 걱정 없이 살다 별 고통 없이 죽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신선이나 가능한 일이죠.

대체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보다는
사는 동안 누려보겠다 애쓰는 게 사람 마음

죽음 앞에 자유로운 인간은 없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경험하겠죠. 죽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경험한다 말하기도 어렵지만요. 죽음 앞에 자유롭지 못하니 사는 동안 잘 살아보겠다 애쓰고, 죽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니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내 가진 것 모두 나눠주고 나는 그 기쁨만을 누리겠다며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번 생애에 어떻게서든 성공해서 누릴 거 누려보자는 게 일반적인 사람 마음이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서 웰빙잉이 시작되었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라는 물음에서 웰다잉이 출발하였습니다. 다들 느끼실 테지만 어떻게 죽는가? 라는 질문에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잘 사는 건 뭐고 잘 죽는 건 뭔지 그 해답을 찾기는 어려운 법이죠. 살다 보면 '이만하면' 이라는 기준을 내세웁니다. 이만하면 나 잘 살았어, 이만하면 괜찮아, 그렇게 삶의 만족도를 평가하게 됩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삶의 모습을 살펴보라는 의미에서 '고(考)'자를 붙인 것

게다가 이렇게 살아야겠다 마음 먹고 나면 그 이후로는 삶의 목표를 점검해 보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돈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겠다, 마음 먹고 나면 그 목표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데에 골몰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내가 세운 목표가 정말 좋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짧은 인생에서 인생의 목표를 두 번, 세 번 조정하기 어렵고 생각한다고 해서 달라지지도 않으니까요. 늙어가면 갈수록 그저 그간의 습성에 기대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걱정 없이 고통 없이 살다 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하고 어쩌다 일어나는 일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고종명이 필요합니다. 내 맘대로 되는 세상도 아니고, 내 맘대로 살 수도 없으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지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의 모습을 강구해 보라는 의미에서 '고(考)'자를 붙였나 봅니다. 인생을 돌아보고 살림살이를 점검해 보라는 의미겠죠.

유호덕과 고종명은 복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덕을 베풀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해

사람은 복을 원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각기 인생이 달라서 복을 받는 인생도 복을 받지 못하는 인생도 있습니다. 타고난 것이 그러한지, 살아오면서 노력한 대가인지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죠. 그래서 장수하고, 부유하고, 건강한 복 뒤에 덕을 베풀고 삶을 고찰하는 것을 오복의 요소로 넣었는지도 모릅니다. 단명하더라도, 가난하더라도, 병약하더라도 누구나 덕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죠.


복을 받는 것만이 아닌 복을 베풀 수 있는 것도 복입니다.

유호덕과 고종명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니 누구나 베푸는 입장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덕을 베푸는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있어 사회 전체가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나 봅니다.


^엮인 글 : [11]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사편)

^엮인 글 : [8]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일편)

이전 04화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사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