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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Feb 18. 2016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사편)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덕을 베풀 수 있어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유호덕, 즉 덕을 베풀기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옛 성인들이 자주 하는 말씀이 덕을 베풀고 살라는 것입니다. 덕이라는 말은 '좋은 것' 또는 '좋음'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남들에게 또는 세상에 베풀고 살라는 것이 유호덕의 의미입니다. 덕을 베풀어야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누구나 유호덕할 수 있다면
하지만 누구나 유호덕 하긴 어려워

"좋은 세상이 되면 그 덕이 자기에게 돌아온다."라는 믿음은 동양적 인생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핵심적 가치관이기도 하죠.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있는 좋은 것들을 남들과 공유하면 저절로 좋은 세상이 될 것이고 누구나 그 복을 받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단순하기에 이를 행하는 것도 쉬울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혼자서 누릴려고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유호덕이 지켜질 수 없는 것이죠.


유호덕을 오늘날의 개념으로 풀어보면 복지 사회이고 공유 경제입니다. 개인의 삶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국가가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것이 '복지'이고, 자기 소유물을 타인과 함께 사용하자는 취지가 공유 경제입니다. 인구가 많고 규모가 커진 현대 국가에서는 덕을 베푼다는 것이 제도화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행정력이 모든 국민에게 미칠 수 없고 모든 국가가 복지 사회를 지향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엔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넘치죠.

덕을 베푼다고 그 덕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불신은 팽배해져

유호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것은 내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것을 내어준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것을 내어주는 것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여 경제 규모가 커지고 부가 늘어나도록 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죠. 오복의 유호덕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베푼다는 것조차 경제적 관념이 적용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인간의 도덕에 기대어, 인간의 양심에 기대어 자기의 좋은 것을 내어주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면 국가가 나설 필요도 사회적 의무감을 강조할 이유도 없습니다. 대체로 인간은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 경우가 많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죠. 유호덕이 가능하려면 내가 덕을 베풀면 그 덕이 나에게로 온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실제로 나에게 덕이 돌아온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이에 동참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이, 모든 존재가
가장 좋은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해

그래서 덕을 베푸는 자는 드물고 흔히 말하는 인간적인 사회가 실현되는 것도 힘듭니다. 더군다나 곁에 있는 인간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불신이 팽배한 세상이 되는 경우가 많죠. 대다수의 종교들은 이 불신을 이겨내기 위해 '영원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을 설정하였습니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온 세상에' 라는 말들이 가진 보편성이죠.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이, 모든 존재가 가장 좋은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덕이 가득한 세상이 도래하겠죠.


죽고 나면 아무 것도 없는 세상에서 내가 왜 베풀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인간에 대한 회의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제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도 역시 인간의 운용에 달려 있으므로, 가장 좋은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신뢰입니다.


^엮인 글 : [10]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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