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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an 30. 2016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삼편)

건강하게, 건강할 수 있게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강녕, 즉 건강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흔히 사극에서 "밤새 강녕하셨는지요?"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밤새 편안하게 주무셨냐는 의미이죠. 나이가 들수록 잠은 줄어들고 마음은 편치 못하고 몸은 쑤십니다. 그렇다 보니 밤새 강녕하셨냐는 말은 노년으로 갈수록 그저 지나치는 한 마디라 하기엔 참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늘 건강할 수 없는 인생사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어

무엇보다 잘 자야 건강한데 잘 잘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평안하면 몸이 고장 나고, 육체가 튼튼하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채워지지 않기도 합니다.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를 가진다는 건 정말 이상적이기만 하죠. 게다가 이빨 하나 흔들려도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고, 생채기가 나도 온 신경이 그곳으로 쏠리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산다는 게 뭔가도 싶습니다. 대단할 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목숨 부지, 죽고 싶지는 않은 게 이상할 따름이죠.


한편으로 작은 거 하나에 모든 게 무너지기도 하는 게 인생사,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불안해서 두렵기도 합니다. 20세기 들어 서양문명에서는 '불안'을 소재로 한 사상과 예술이 등장하였는데요, 거기에는 붙잡을 수 없고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자체가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도가적이고 불교적인 사상이 기저에 깔려있는 동양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는 서양보다 훨씬 덜했다고 볼 수 있죠.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 또한
건강을 지탱하는 요소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는 동양, 서양 구분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심해지면 정신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세상이니 철학도 윤리도 예술도 아름다움과 같은 고매한 정신적 가치들이 모두 소멸한 듯 보이죠. 돈이 없는 이들은 돈이 없는대로, 돈이 있는 이들은 돈이 있는대로, 돈을 좇지 않는 이들은 돈과 무관하게, 각자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제 다시 물어보아야 할 때입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체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건강한 인간,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간 개개인의 정신적, 물질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의 건강도 매우 중요한 건강의 조건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 인간이 지향하는 가치, 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죠.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건강의 조건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만큼만?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갈 자신이 없는 사회다 보니 건강하게 살만큼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살아갈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존엄사가 거론되는 것은 오래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진정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개인의 건강으로 오래 오래 산다면야 더없는 복이지만 사회의 건강으로 더 많은 이들이 건강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나은 삶이 아닐까요.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좋은 사회입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든다면 좋은 세상이겠죠.


^엮인 글 : [9]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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