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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Dec 14. 2015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일편)

오래 오래 살아 보기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수', 즉 장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없습니다. 100세를 산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고 100세를 넘은 사람들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었을 정도로 드물었죠. 그렇지만 이제 이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을 보더라도 평균 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환갑 잔치'는 옛날 이야기가 된지 오래입니다.

평균 수명 100세가 생활 수준의 상승과 비례하지는 않아

인간의 수명이 연장된 데에는 의학의 발전이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주거 환경과 식생활의 개선으로 질병에 걸리는 확률이 줄어든 것도 인간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선진국과 신흥국 등 더 발전된 국가들로 한정되는 경우이긴 하지만 인간의 삶의 조건들이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정말 축복이고 행복일지는 확신할 수 있을까요? 평균 수명 100세에 이른다고 해서 인류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죠.


한편, 물질적 조건이 나아졌다고 해서 정신적 조건이 나아진 것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라 통칭하는 인간을 압박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부작용들이 발생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고통이 인간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안고 장수하는 것이 스트레스 없이 단명을 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래도 여전히 오래 사는 것을 선택할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삶의 조건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수명이 느는 만큼 생존의 문제도 심각해져

하지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생존의 문제도 더 중요해졌습니다. 개인으로서는 죽는 날까지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국가의 입장에서는 복지 예산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출산율의 저하로 노인 복지에 대한 지원이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노인'에 해당하는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이는 '노인 연령 상향'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죠.


생존의 문제만큼 즐길 거리도 있어야 합니다. 놀이가 있고 문화가 있어야 인간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상태라면 흔히 말하는 소일거리라도 해야 하루 하루를 버티고, 버티는 걸 너머 의미 있게 존속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는 일 없이 무료한 하루를 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것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인간 스스로 자기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살아서 뭐하나 싶은 이유에 답하는 것이 바로 존재 이유입니다.

생존의 문제만큼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도 중요해

인간의 수명이 늘면서 어떻게 하면 오래 살 것인가의 물음에서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살 것인가의 물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인간이 100세를 산다고 해서 그저 기뻐할 일만은 아니죠. 100세를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해 보고 이를 위해 사회적, 국가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검토해 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만 정말 개똥밭에 구른다면 저승이 낫다는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름다운 100세는 나이가 든다고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평균 수명 100세, 오래 산다고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 더 오래 살려 하는지, 오래 살아서 무얼 하려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장수의 꿈은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엮인 글 : [7] 인간, 믿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일까?(오편)

^엮인 글 : YOUTH_파올로 소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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