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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an 26. 2016

욕망하는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이편)

부유하고 싶지 가난하고 싶진 않다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부', 즉 부유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인간이 공유하는 가치이지만 그보다 먼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는 것입니다. '잘'이라는 말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먹는 거 자는 거 입는 거에 걱정이 없다면야 이보다 잘 산다 할 수는 없겠죠. 마음가짐으로 되는 일만은 아닙니다.

마음가짐만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다 해결진 않아

고대의 신분 사회를 돌아보면 오늘날의 인간 삶이 훨씬 증진되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말 인간다운 대접을 받았고, 대접을 떠나 인간 취급이라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평민 이상의 귀족이나 왕족에 해당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돈 많은 평민이라면 보통 평민보다는 나았겠죠. 인구의 절반은 노예였다 해도 무방하고 그러한 노예의 노동과 그에 따른 생산에 힘입어 경제가 지탱될 수 있었고, 나머지 계급들은 그들의 위치에 따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 접어들어서만 돈이 중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접어들면서 돈으로 모든 것이 환산될 수 있어 돈, 돈 거리는 것이지만 고대부터 인간의 삶에 있어 돈은 중요했고 부유함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돈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걱정거리를 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배고프면 무엇이든 사먹을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엘 가면 되고, 번듯한 집도 장만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안한 삶인가요? 다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러고 싶어하니 서로 다투게 되는 것이죠.

가질 것이 많으면 많은대로 더 가지려 싸우는 것이 인간


흔히 경제적 용어로 재화는 부족한데 욕구는 무한하여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의 문제가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재화가 고루 분배되는 시스템이라면 걱정할 것 없겠지만 그토록 공평하고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10명의 사람과 10개의 사과가 있다면 10개의 사과로 싸우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죠. 누구는 더 많이 가질 수밖에 없고 누구는 더 적게 가질 수밖에 없고 어떤 누구는 하나도 못 가지고 어떤 누구는 다 가지는 경우도 있겠죠.  


성인의 반열에 오를만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간다면 세상은 아름답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누구나 좀 더 가지기 위해 애쓰고 더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만큼이라도 가지고 싶어합니다. 공산주의의 실패는 인간 이해의 실패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데, 따져보면 공산주의 체제만큼 인간을 신뢰하고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기대치를 갖는 사상이 있을까요. 일한 만큼 보상 받고 필요한 만큼 요구하고 얻은 만큼 쓴다면야 세상에 다툴 일이 어디 있을까요?

공평한 분배 = 누구나 잘 쓰게 하여 조금이나마 삶을 풍요롭게 하는일

재화의 '분배'는 사실 '복지'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 '소비'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잘 쓸 수 있도록 하고, 잘 써서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일, 그깃이 공평한 분배이죠. 누구나 부유하고 싶고 누구든 가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혼자 부유하여 제 맘대로 살다 제 맘대로 죽는 게 소원인 사람도 많으니 세상에서 만족할 만한 분배를 찾기는 어려워 보이기만 합니다. 그래도 과거 만석군은 자기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굶주린 사람은 없게 하였다는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가난할 때는 가난해서 괜찮습니다.

모든 사람이 부유할 수 없다면 부유할 수 있는 마음이라도 만들어야 좋은 사회입니다.

오늘날엔 둘 다 없어서 더욱 가난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요.


^엮인 글 : [8] 인간, 오복(五福)을 꿈꾸다(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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