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뜯어보기<3>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어떤 사회나 국가에는 그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이 '공유 가치'라는 말을 좀 폭넓게 규정해 보면, 정치, 법, 문화, 세속적 관심, 생활 및 사고 방식 등 사회 구성원들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관한 인식을 가리키죠. 이에 근거하여, 사회나 국가를 통치하고 질서를 유지하여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지속시켜 나갑니다. 이처럼 공유 가치는 사회나 국가를 지탱해 주는 한편 그 정체성을 결정하고 특색을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공유 가치 - 사회적 합의 - 시민 의식
건전한 사회와 훌륭한 국가의 뼈대
이 공유 가치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대대손손 내려오는 것도 있는가 하면, 새롭게 바뀌기도 하죠. 그 연원이 무엇이 되었든 공유 가치로서 행세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나 국가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비록 나는 여기에 동의한 적이 없다, 라고 주장하더라도 사회에서 살아가고 국가에서 태어나면 암묵적으로 이 집단의 공유 가치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렇게 공유 가치가 한 인간 집단의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거쳐 지지되는 것을 일러 '사회적 합의'라고 부릅니다.
바꾸어 말해, 이 사회적 합의가 올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동의와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얻기 위해서는 갈등하거나 대립하는 사람들이 서로 조율하고 논의하여 납득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의의 과정이 무리없이 이루어지기 위해 적합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의식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를 '시민 의식'이라 부르죠. 시민 의식의 배양은 교육을 포함하여 그 사회나 국가가 이러한 공유 가치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기로 결심한 날, 그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탈출을 권유하는 지인들에게 당당히, 그리고 담담히 말을 합니다. 나는 아테네의 시민이고, 그 시민으로 태어나 이곳에서 살아왔기에, 아테네의 법률에 따라 사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소크라테스는 왜 죽기로 결심했을까요. 그가 진정 잘못을 저질렀거나 스스로 죄인임을 시인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국가의 공유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며, 스스로 시민 의식을 갖춘 구성원임을 자부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 제도로 뒷받침되어
시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면
여기에 더해 '합리적 제도'까지 구비되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면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시민 의식을 갖춘 성숙한 시민에 의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유 가치가 굳건히 세워지고, 이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 그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 시행된다면, 이것이 곧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이 사회에 대해 갖는 불만과 근심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다섯 가지가 모두 부족해서가 아닐까요.
법의 출현은 인간 사회가 개인이 가진 육체적 힘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에 따른 질서를 지키겠다는 좀 더 발전된 사고를 보여줍니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 사유재산이나 사회적 가치 등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나타내기도 하죠.
- [세계사 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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