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뜯어보기<6>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3년에 이르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추진한 대한민국은 단시간에 경제 대국으로 오르는 엄청난 일을 해냈습니다. 모든 국민이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일하면 무언가 성취할 수 있었고, 그 성취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었고, 또 그렇게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희망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비관적 경험을 해야 했고, 현재 그 어떤 만족감도 느낄 수 없는 국민들은 스스로 자국을 '헬조선'이라 지칭하고 있습니다.
헬 조선, 그리고 내 꿈은 공무원
그게 뭐 어떻다고
무엇보다 청년들의 실망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데에서 큰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실망은 삶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졌고,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기 보다는 안정적이고 안주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죠. '공무원'이 인생의 꿈이 된 것을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누구나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니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쏫아부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대다수가 남들만큼만 살면 충분하다 한다지만 남들만큼 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빌 게이츠나 잡스 같은 인재가 필요하니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 주문하고, 실패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도전하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할 수 없고, 사업을 하고 싶어도 낙오자가 될까 두려운 세상에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더 멀리 뛰어오르라 요구할 하는데 누가 선뜻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자기 삶을 꿈꾸고 꾸릴 수 있는 실질적인 지지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세계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인 노키아가 흔들리면서 경제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 시기에 핀란드 정부는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노키아에서 퇴직한 직원들은 그들대로 또 대학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러한 제도에 의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었죠. 무수한 실패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쳐났습니다. 결국 이 제도의 성과로 현재 핀란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벤처 개발자들의 집합소가 되었습니다.
역사의 진보는 살 만한 세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강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해
대한민국에서 실패자는 능력 없는 사람으로 몰리기 일쑤이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대개 쓸데없는 짓으로 간주되는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시쳇말로 살아남아야 사람 대접 받는 거죠. 하지만 역사의 발전은 살아남는 사람과 함께 그렇지 못한 사람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데 있습니다.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는 힘든 세상입니다. 해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기성 세대의 몫이죠.
(IMF)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은 세계 경제의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불안한 경제 상황에 대처해야 했기에 삶은 더욱 각박해질 수밖에 없었죠.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업에 유리하게 재편되었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자영업과 창업 등이 빈번해진 것, '88만원 세대'라든가 '계약직'과 같은 말들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있습니다. 최근 미래의 선호 직업으로 '공무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꿈이 없다, 패기가 없다고 탓하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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