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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Nov 18. 2016

#31 공공에 대한 공공연한 감각 상실의 시대

대한민국 뜯어보기<11>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과거에 대한민국 정부가 대국민 교육을 통해 가르쳤던 것 중 하나가 '공중 도덕'입니다. 공중 도덕. 너도 나도 살아가는 곳에서 너도 나도 지켜야 할 규칙. '공공에 대해 대중이 가져야 할 도덕'이라 풀어보면 조금 더 와 닿겠죠. 물론 자율적 준수라기 보다도 계몽하고 계도하기 위한 의미에서, 이런 거 정도는 지켜줘야 민주 시민이고 교양 있는 인간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강한 권유에 가까웠습니다. 우리 이런 것 좀 지켜서 선진 시민 행세를 좀 해야 하지 않겠나? 정도의 목적이라 볼 수 있죠.

공중 도덕을 지켜야 할 사람은
공중(空衆, 별 볼일 없는 대중)에 불과한 시대

하지만 과거의 정권들, 그리고 기득권자들 스스로 내쳤던 것이 '공중 도덕'입니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 본인들은 대중은 아니므로 대중처럼 살 필요가 없다 여겼을지도 모르죠. 대중의 공공과 그들만의 공공에 대한 범주와 범위가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이것도 내 거고, 네 것도 내 거다, 정도의 심보랄까요.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며, 다른 사람들도 그러니,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공정성과 정의도 사라질 수밖에요. 바로 공공에 대한 공공연한 감각 상실의 시대죠.


이긴 놈이 다 가지는 승자독식의 사회는 이긴 놈이 다 가져서가 아니라 다 가진 놈이 이기는 구조이기에 더욱 문제이죠. 이것을 원하기에 공정한 경쟁을 거쳐 그것을 쟁취한다면 그 경쟁에 공정함이 있다 하겠으나, 이미 가진 놈이 어떤 영역에서든 이길 수 없기에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이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외침이겠죠. 민중에 의해 지배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국가의 자원을 배분할 권한 역시 민중에게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의 민주주의란 자본주의로 인해 모든 국민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해 향수를 가지는 기성 세대들이 있는 이유는 대다수의 국민이 절대적 기준에서 보더라도더 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죠. 대한민국이 어느 소수의 집단을 위해 성립되고 구성되고 지배되고 운영된다면 그것은 민주 공화가 아닌 귀족정 또는 과두정에 가까운 정치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의 제어를 벗어난 시대

더 많은 부를 생산한 사람이 더 많은 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더 많이 가지거나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에 대한 반대일 테죠. 누군가 더 많이 번다면 분명 누군가는 더 적게 벌 수밖에 없습니다. 부의 집중과 부의 독식이 더욱 만연해지는 데 비해 이를 제어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너덜너덜해져 있습니다. 이 시대를 바로잡기 위해 우린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1년 일어났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시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월가에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들이 외친 '1:99'라는 구호에는 1퍼센트에 해당하는 부자들과 99퍼센트에 해당하는 서민들을 가리키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연관 글 : #30 고갱님의 갑질,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연관 글 : 멈춰라 생각하라_슬라예보 지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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