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8>
저녁 8시의 봄날은 황홀하기만 하다.
긴장이 풀리는, 마음 가벼운 시간
도로 옆 큰 봄나무 밑을 지나본다.
소매를 잡아당기듯 가지를 끌어안은 봄꽃들이 축 늘어선 어깨에 매달려
어서 가자- 어서 가자-
까만 밤하늘 속 구름과 하얀 벚꽃이 어우러지는 찰나
계절을 따라 흐르는 시간을 뒤로 하고 마음은
활짝 핀 꽃을 좇아 멈춰 서 있는데,
초점 없이 펼쳐놓은 새까만 장막으로
하얗게 뻗어가는 작은 손들이
닿을 듯 말 듯
그 어둠에 박혀 있다.
* 미디어와 톡을 엮은 감성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