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그리버의 'Articulating Design Decisions'
회의만큼이나 회의 직후도 중요하다. 그러니 서둘러 회의실을 떠나지 말자.
비공식적이지만 우리 편이 돼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취하자. 회의 직후 시점이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결정을 막기 위한 최선의 변론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상사가 발언권을 가져서 그렇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의견이 인기가 없거나 위험할 것 같아서, 또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회의실 밖 복도가 가장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소가 될 때도 있다.
회의가 끝나면 최대한 빨리(이왕이면 회의 직후 1시간 이내) 팀 전체에게 후속조치 연락을 취하도록 하자.
완벽하게 작성할 필요는 없다.
후속조치의 목표는 시적으로 멋진 문장을 쓰는 게 아니라 기능적인 의사전달이다.
우리에게는 해당 회의가 우선순위이므로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취하면,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그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신속한 후속조치는 참석자를 존중하는 행동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나타내면서도 참석자들에게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그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취하면 이미 정해진 결정사항에 다들 동의하는지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참석자 전원에게 추가적인 의견이 있으면 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후속조치는 다음 사항들을 포함해야 한다.
1. 회의 참석자들에게 시간 내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전하기
다들 하던 일이 있는데 회의에 참석한 것이니 우리의 설명을 듣기 위해 할애한 시간에 감사할 필요가 있다.
2.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전부 요약하자.
간략하게 개조식으로 목록을 만들어도 좋다.
3. 다음 단계의 예상 결과 부분에 초점을 두자.
참석자들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는 셈이고, 자신이 회의에 참석한 시간이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후속조치는 모두에게 누가 무얼 하고 있는지 상기시켜 줄 최적의 기회다.
의문점이 남는 아이템을 기록하고, 담당 관계자에게 이를 언급하고, 해답이나 추가 정보를 언제쯤 전해줄 수 있을지 대략적인 일정이나 추진 기한을 제시하자.
주로 결정사항을 목록으로 적어보고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자.
후속조치 메시지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짧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세부적인 내용에 빠질 필요 없이 신속하게 요점을 훑어볼 수 있어야 한다.
회의 직후 연락을 돌릴 때는 전체 팀원에게 굳이 반복해서 전달할 필요가 없는 정보는 걸러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실에 앉아있는 참석자 대부분이 옳은 솔루션에 고개를 끄덕일지라도 한두 명은 여전히 의문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럴 땐 의견을 말하게 해 주고, 경청하자. 이제까지 우리가 다룬 의사소통 기술을 활용하자.
다만 기록하거나 후속조치를 취할 때는 꼭 포함할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 스스로 판단하자.
어떤 정보가 안전하게 거를 수 있는 정보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주는 상대방에 관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도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는가?
상대방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가?
상대방이 다음 회의에서 그 이야기를 또 꺼낼 가능성이 있는가?
여기서 요점은 회의에서 다룬 내용 일부는 넘겨버려도 괜찮다는 점이다.
참석자들이 말하는 의견이 프로젝트 목표에 부합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의사결정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거나, 아무도 그 사람에게 동의하지 않거나, 다음 회의에서 또 거론할 가능성이 없다면, 걸러내도 무방하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결정을 내릴 때 영양가 없는 내용을 걸러내는 요령을 체득해야 한다.
회의 직후 사람들 머릿속에 아직 우리의 프로젝트가 남아 있을 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하마터면 몰랐을 조직 내 사람들 간의 역학관계도 들어보고, 나중에 여러분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새롭게 다질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의 프로젝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로, 다음 회의나 디자인 수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아군이 돼줄 수 있다.
회의에서는 종종 디자인에 중요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결정되지도 않은 채 끝날 때가 있다.
뚜렷한 솔루션이 없는 상황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회의 이후 후속조치를 취할 때, 다른 팀원들에게 결정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설령 옳지 않더라도 뭔가 행동을 취하고, 팀원들이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우리의 디자인에 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이 지지부진하게 계속 논의만 하고 업무 추진이 늘어지는 상황보다는 낫다.
때로는 혼자 결정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야 한다.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존 벨이 제시한 맥도널드 이론이 있다.
다들 예의 차리느라 딱히 의견을 내지 않고, 어느 식당을 가든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
결국 다들 결정 못 하고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존 벨의 이론에 따르면, 여기서 결정하게 만들려면 맥도널드에 가자고 제안해야 한다.
그러면 다들 갑자기 나서서 그 대신 어디 갈지 한 마디씩 꺼낼 것이라는 논리다.
"작가 앤 라모트는 글을 쓰려면 일단 '형편없는 초고'를 써보라고 말하고,
브랜드 나이키는 '일단 하라'라는 문구를 쓴다.
필자는 맥도널드 이론을 활용해 상대방에게 충격요법을 주고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게끔 유도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누가 봐도 나쁜 결정을 내리는 행동은 때론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애매모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자.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자.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 완벽한 원리는 아니지만 우리의 디자인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훌륭한 방법이다.
기억하자. 설령 잘못된 행동이더라도, 일단 행동하자.
회의하고 디자인을 결정하면서 항상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