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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 Jan 08. 2017

에세이 : 지나간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만화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젊음, 청춘이 꽃피는 20대는 인생의 황금기이다. 20대는 뭘 하기에는 너무 어린 10대와 뭘 하기에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짊어진 책임이 많아진 30대 사이에 낀 나이이다. 즉,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물론 학업과 아르바이트, 직장생활 등으로 속박당하고 있다 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나이대와는 가족으로부터의 통제와 가계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렇기에 20대의 청춘은 인류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가졌음에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자연 법칙에 의해 놓치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런 청춘을 두고 20대에게 주기에 너무 아깝다고 한 바 있다. 그만큼 청춘이란 가치로운 시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나가는 20대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후회하기 마련이다. 영원하지 않을 20대. 20대는 인생의 황금기라 했지만 나의 20대는 잘나가는 친구들과는 달리 그런 찬사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삶이였다. 얼마 남지 않을 20대. 10대 때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했지만 이제는 연말연시가 될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내쉬어진다. 바보같은 선택만 반복한 덕에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애를 오랫동안 한 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연말연시가 될 때마다 정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봤으면, 단 한번만 시간을 돌이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던 내게 우연히 친구네 집에서 본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이런 내 마음을 위로하고 생각을 고쳐먹게끔 했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학생인 마코토는 어느 날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과학실 청소를 하던 중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들어간 실험실에서 의문의 약냄새(라벤더 향기)를 맡고 기절한다. 이후, 마코토는 교통사고를 당하려는 찰나, 그 직전으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하게된다. 마코토는 이 신기한 경험을 이모에게 얘기하게 되는데, 이모는 이것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능력인 타임리프라고 말해준다. 마코토는 이에 자신이 아쉬울 때 마다 시간을 돌리며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기 시작한다. 6점을 맞았던 시험을 다시 치뤄 100점을 맞고, 지각한 날 전으로 돌아가 지각을 면하고, 친구로만 생각했던 치아키의 고백에 당황해 그 고백을 피하려 그 전으로 돌아가는 등 타임리프를 원하는 대로 쓰게 된다. 이모는 이렇게 타임리프를 마구 써대는 마코토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경고한다. 

   괴롭힘당하던 동급생이 난사한 소화기를 타임리프를 써서 피하자 근처에 있던 카호가 맞아 다치게 된다.치아키는 우연한 기회로 마코토의 친구인 유리와 사귀게 된다. 이때서야 마코토는 그 둘을 보며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코토가 맺어준 후배 여학생 카호와 코스케는 불운의 사고를 겪게 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신의 자전거를 두 사람이 타고 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마코토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살려보고자 뒤쫒아가지만 건널목에서 전철과 충돌하기 일보 직전인 모습과 마주하게 되고 만다.

  이렇듯 마코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과거를 바꾼 만큼 자신이 원하지 않은 현재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는 마치 제로섬 관계. 과거로 돌아가 내가 원하는 바를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만큼 그 바뀐 세상에서도 원치 않은 일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시공간에 상관없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일어나는 자연 법칙과 같다. 우리네 삶은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순간마다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간 성패에 집착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리 가슴에 묻혀있는 진정성있는 삶을 추구할 때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이상향은 비로소 현실로 되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그 순간 카호와 코스케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타난 치야키는 타임리프를 써서 다시 되돌린다. 그리고 마코토에게 자신도 타임리프 능력자임을 밝힌다. 과거로 돌아간 마코토는 자기 입맛대로 과거를 바꾸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끼어들지 않고 한동안 외면했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마코토는 치야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게된다. 치야키는 마코토에게 미래에서 기다린다 말하고 홀연히 떠난다. 이후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모두 써 원래 시간으로 돌아와 치야키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지만, 라벤더 향내음을 느끼며 기억할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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