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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Jul 16. 2021

우리만 아는 슬픔들 <7>

무더위

무더위 


너무나도 갑작스레 퇴사를 하게 됐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계약 연장이 힘들 것 같다는 게 회사의 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금요일 퇴근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신 대리는 내게 ‘빨리 말했어야 했는데 늦게 말해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죠 뭐’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진작 좀 말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정말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농담을 친구들에게 던졌지만 ‘이제 어떡하지?’싶은 생각이 더 들었다. 계약 만료는 생각지도 않던 일이었다. 아니다.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정말, 정말 최악의 경우에 말이다. 퇴사 소식을 들은 한 친구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사하니까 기분이 어때?”


나는 ‘야호(근데 이제 어떡하지)’라고 답장했다. 퇴사는 기쁘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남은 돈으로 얼마나 지내야 할지 모르니 일단 돈을 아껴야 했다. 원래 수중에 있는 돈에서 나갈 돈을 뺀 다음 월급날까지 남은 날로 나눠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을 정해두는 식으로 돈을 썼는데 이제는 들어올 돈이 없으니 그런 식의 계산도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진짜 어떡하지? 


매일 아침 일어나 겨우 아침을 먹고 씻고 출근해서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여섯 시가 되면 퇴근을 한다. 주말에는 쉬고 남은 돈을 월급날까지 남은 날로 나누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을 계산한다. 회사를 다닐 땐 이렇게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은지 대충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특정한 날에 돈이 생기지 않는다.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좋은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일단 비자발적인 퇴사니까 실업급여를 받아야겠다. 이 참에 운동도 좀 부지런히 해야겠다. 작업도 더 열심히 해야지. 시도 쓰고 계획만 했던 일들을 하나 둘 시작해야겠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모든 일은 예고 없이 일어나고 예기치 못하게 벌어지는 걸까? 나는 이제 백수일까 아니면 내 농담처럼 전업작가 생활을 하는 걸까? 일단 사람인을 다시 깔고 이력서를 수정해야겠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우면 어떡하지? 매년 찾아오는 이 여름을 어떻게 하지? 올여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라 하는데 어떡하지? 작업실은 에어컨이 없으니까 카페에서 작업을 해야 하나? 카페에 가면 돈을 써야 하는데 어떡하지? 꼭 무슨 어떡하지 지옥에 빠진 것 같다.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은 무엇일까? 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덥다. 땀이 줄줄 흘러서 뭘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날씨가 더운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 더위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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