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프렌치불독처럼 근육 땅땅한 마음 만들기

by 채부장
2025. 8. 4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지도 제법 오래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제까지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보려고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왠지 그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어떤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말하자면 탄성이 좋은 '고무공'을 연상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책 <회복탄력성>을 읽고나서야 이 단어가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수가 만든 신조어임을 알게 되었다. 책이 2011년에 출간되었다는데, 지금이 2025년이니 무려 14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알게 된 사실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책을 읽지 않은 까닭은 자기계발서 종류를 의식적으로 피하는 나에게 있을 터인데, 그 속에 담긴 자기최면과 선언문 같은 느낌이 싫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의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가 불편하기 때문이고, 더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그런 글들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시크릿>같은 책 말이다)


그래서 요지는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것은 당장의 태도와 일상의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미 책의 핵심 논지를 정리하고 있다. '소통능력은 마음 근력의 기초'이며 이 능력을 향상시켜야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려면 '긍정적 정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영락 없는 선언문인가 했으나 책은 이 내용을 단계별로 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다만 모든 텍스트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을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역경'의 중요성을 설파할 때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받는 링컨도 역경이 없었더라면 보잘것없는 시골 변호사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속으로 읊조리게 되었다. 시골 변호사가 뭐 어때서, 보잘것없다고 판단하는 건 세간의 인정과 명예를 우선시하는 저자의 잣대가 아닌가하고 말이다. 지금 되돌아보니 치졸한 생각으로 느껴지지만 조금 더 말해보겠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84제곱미터>에서는 이런 주인공이 나온다. 아파트 영끌족인 이 남자는 당장의 수입이 모두 빚 갚는 데 쓰일 정도로 여력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떨어지고 결국 그는 동료가 제안한 코인 투자를 하기 위해 아파트 계약금으로(남의 돈이다) 작전 코인에 투자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실패를 성공의 도약으로 삼기 위한'다는 이유로 용기를 얻어 이렇게 무리한 투자를 한다면? 이 책은 텍스트 자체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올바른 해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즈음 나의 회복탄력성 지수를 직접 테스트해보는 장에 이르렀다. 이름하야 'KRQ-53 테스트'이며 총 53문항,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이다. 꽤 솔직하게 테스트에 참여해봤는데 결과는 딱 한국인 평균인 195점으로 집계되었다. 그 중에서도 자기조절능력, 긍정성은 평균보다 낮고 대인관계능력만 높은 편인데, 이 역시도 나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점수를 높게 부여한 것 아닌가 싶다. 뒤에 이어지는 해설을 읽어보니 나는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근력이 약한 fragile group에 속할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 데 있다. 더불어 저자가 지적한 대로 나는 타인과 사회의 인정, 선망, 칭찬이 주는 쾌감에 중독된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듯하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불행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니


엄마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겁이 많았다고 했다. 성인이 되고서 그 사실을 왜 잠시 잊었는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을 기점으로 다시 새기게 되었다. 나는 현재의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상태가 혹시라도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까봐 겁을 내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불안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느 순간 공황이라던지 '건강 염려증'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기도 한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런 감정에 붙잡혀 살았다. 괜찮았던 때도 있었지만 불안에 잠식당한 시간도 많았다. 아주 가끔 트라우마처럼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불안이 갑작스럽게 덮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것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나에게도 희망은 있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해본 방어 기제 유형 검사 얘기를 잠깐 해보자. 다양한 타입 중에서도 나는 의외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유머'와 '승화' 점수가 높았다.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나쁘거나 불행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그걸 주위 사람들에게-종종 자조적으로-얘기하며 최대한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슬프고 우울한 일은 나누지 말라지만, 함께 이야기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현실 도피도 한다. 스릴러 책이나 넷플릭스 시리즈에 몰두해 '그래, 내 일은 별로 심각하지도 않아. 저긴 생사가 오가고 있잖아'라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더 건강한 방식을 찾으면 좋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김주환 교수의 안내를 따라 마음 근력의 힘을 좀 키워보고자 한다. 그는 긍정적인 태도와 인식, 웃음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은 조금이나마 이 잠언을 믿어보고 싶다. 그래서 그가 특별히 제시한 두 가지 비법을 따라가보려 한다. 하나는 '감사하기', 다른 하나는 '운동하기'다.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며 코웃음치는 이들은 없겠지. 실제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잘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아래 적어둔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감사할 만한 일 다섯 가지 이상 수첩에 적기. 인생에 대한 막연한 감사가 아닌,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구체적으로. 반드시 글로 기록할 것.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그 날 일과 중에 감사할 만한 일들을 꼼꼼히 고를 것이며, 이게 습관이 되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감사한 일을 찾을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의 비법.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 장력운동 세 가지를 고루 할 것. 하루에 한 가지보다는 하루에 세 가지를 20분씩 나눠서 하도록. 일주일에 3번 이상. 즐겁고 재미있을 정도로 적당히, 리듬을 타는 운동이면 더 좋다. 친구와 함께, 야외에서 하면 베스트, 무엇보다 운동의 효과를 믿을 것.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려면 꼭 필요한 방법이다. 막연히 행복한 삶을 꿈꾸고, 늘 행복을 좇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일상을 바꿔야된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못했다. 앞서 말했던대로 당장의 태도와 일상의 습관을 조금씩 변화시켜보려고 한다.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아직도 100% 믿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나에게, 몸소 실험 표본이 되어 일단 한 번 해보자고 설득한다. 까짓것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데 뭔들 못할쏘냐.


실제로 열심히 채점해본 나의 회복탄력성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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