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의 태교는 왜 필요할까?
아내의 임신기간 동안 보통 태교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이 행해진다.
태교가 중요하다고 하는 어떤 엄마, 아빠들은 음악도 듣고, 여행도 가고, 동화책도 읽어준다. 반면, 어떤 엄마, 아빠들은 태어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나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다.
Nature(본성/기질) vs. Nurture(양육/발달)라는 발달심리학의 해묵은 이슈도 있지만, 쌍둥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성격이나 행복 등 주요 심리학적인 연구주제들은 유전의 영향력이나 환경의 영향력 모두를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태내에서 성장하는 태아 역시 외부 환경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말이다.
2013년 6월 말~7월 초에 EBS에서 5부작 다큐멘터리로 '퍼펙트 베이비(http://www.ebs.co.kr/tv/show?prodId=348&lectId=10125763)'라는 프로그램(책으로도 나와있다)을 방영했던 적이 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기억을 아기가 태어나서 3~5세까지도 기억한다는 정말 놀라운 연구결과가 있다. 엄마의 심장소리부터 엄마의 감정, 그리고 중저음의 아빠 목소리까지 아기들은 다 기억한다는 의미다. 허구한 날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엄마의 뱃속에서 큰 아기와 사랑받는 엄마의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큰 아기가 같을 리가 없다.
그만큼 태교라는 게 중요한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사실 많은 아빠들이 태교를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한다고 하더라도 바쁜 아빠들은 지속적으로 해주기가 어렵다. 평생 안 하던 걸 처음 해보는데 쑥스럽기도 하고, 아빠라는 것도 사실 와 닿지 않는다. 자신의 몸의 변화를 느끼며, 태아를 뱃속에서 성장시키는 엄마와는 달리, 아빠들은 보통은 대부분 심장소리를 듣고 나서야 뭔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할까?
내가 했던 태교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 대단한 것이 태교라는 생각을 하지 말자. 그저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태교다. 전혀 다르게 산 남녀가 살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특히나 몸이 무거운 엄마들은 예민해져서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아빠들은 좀 참고 너그럽게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자기 몸 하나도 어려울 때 뱃속에 '내 새끼(남의 자식 아니다.)' 품고 살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냥 머슴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두 번째는 가사노동이다.
가사노동이랑 태교가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배가 불러오면서 점점 힘들어지는 것들이 생긴다. 오래 서 있기도 어렵고, 허리를 굽혀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기도 어려워진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내가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그랬겠지만 퇴근하는 아내의 시간에 맞추어 저녁식사를 준비해놓곤 했다(자랑질이다.)
맞벌이 엄마 아빠들에게는 불가능하다고? 당연하다. 하지만 주말이라도 가사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게 바로 태교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세 번째는 태담과 동화책 읽어주기다. 흔히 말하는 태교란 음악이든, 동화책 읽어주기를 의미하겠지만, 우리 부부는 우아하게 클래식을 듣는 건 별로 안 좋아했다. 아빠의 중저음이 양수 속에 있는 아기에게 훨씬 잘 전달이 되기 때문에 엄마의 배에 대고 이야기를 걸어주거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럽다. 배에 얼굴을 대고 말을 하니까. 하지만, 눈을 감고 내 애한테 하는 거다 반복적으로 암시를 걸어주면 견딜만하다. 우리 부부는 태동을 느끼기 시작한 20주 정도부터 바로 아래 책 두 권을 무한 반복하면서 매일 밤마다 읽어주었다. 뱃속 아기는 보통 야행성이라 한다. 그래서 태교동화는 항상 같은 시간, 밤에 읽어주었다. 그냥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인 우리들이 역할을 맡아 흉내를 내면서 읽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발길질을 하는 묘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81508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0669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때 읽어주었던 책을 뿡뿡이에게 읽어주면 이상하게 집중도 잘하고 재미있어했고 48개월째에 접어든 지금도 잠들기 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방법으로 클래식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도 하지만 아내는 출근길에 내가 녹음해준 클래식이 너무 졸려 '거북이'의 '비행기'를 부르면서 운전했다고 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클래식 듣는 거보다 좋아하는 뽕짝이 좋은 태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갖게 되면, 관심도 없던 육아서적을 하나씩 사게 되고, 그 시작이 태교다. 사실 주변의 많은 부모들을 보며 안타까운 점은 '남들이 해야 한다니까' 이 책도 하고, 저 책도 사면서 온갖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내 아이는 '남의 아이'가 아닌 '내 아이'다. 그래서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이 100% 내 아이에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태교도 마찬가지다. 학자들은 태교가 중요하다고, 어떤 사람들은 태교보다 출생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도 한다. 정답은 없다. 그 답은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고, 태교를 하기를 마음먹었으면 본인에게 맞는 방식, 본인이 좋아하는 형태로 하는 것이 맞다.
사실 태교는 신체적인 아닌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시작할 수 있는 육아의 첫걸음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좋다고 클래식을 듣고,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를 관람한다. 그게 과연 맞는 것일까?
뱃속에 있는 아기는 전적으로 엄마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하면 엄마가 가장 기분 좋은 것, 엄마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아빠가 도와주는 일 그것이 가장 쉬운 태교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