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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Oct 22. 2018

산후우울증 첫 번째 이야기

#3 산후우울증이란?

작년과 올해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거나 살해를 시도하려는 엄마들의 기사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라는 병명이 함께 쓰인 경우가 많았다. 도대체 산후우울증이 무엇이길래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고, 자신마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하는 것일까?


산후우울증은 무엇인가?


부모세대, 그리고 윗세대는 사실 '밭에서 애를 낳고 일을 했다' 든가, '호강에 겨워하는 말이다'라는 식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나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산후우울증은 그것이 병리적인 형태이든, 우울감이든 어떤 형태로든 임신 중에 나타날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산모의 약 80%가 우울감을 경험하며, 이들 중 10~20%는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한 해에 아이를 낳는 산모들을 감안하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치료는 받는 산모들은 전체 산모의 0.6%에 불과하다.(2016년 기준). 아래 링크를 통해 에딘버러 검사를 통해 산후우울증 여부를 알아볼 수도 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119993&cid=51004&categoryId=51004

그나마 최근 1~2년 사이에 산후우울증의 심각성이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정책과 대책이 발표되며, 각 지자체와 보건소 등을 통해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추세이기는 하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도 산후조리원과 보건소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깨알 홍보)


임신을 하게 되면 나와는 다른 새 생명을 배 속에서 키우다 보니 호르몬의 변화나 신체적인 변화가 당연히 발생한다. 우울증은 산후뿐만 아니라 산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배가 불러오면 이전과 달리 행동도 굼뜨게 되고 점점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라는 역할이 두렵고 낯선 것 또한 당연하다.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임신 중의 신체적인 변화에 따라 심리적으로도 적응을 해야 하는데 신체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괴리가 나타나게 되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해 안 되는 산후우울증 예방법


사실 우울증은 산전보다 산후에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기, 아기를 두고는 한시도 쉴 수 없는 엄마,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경우라면 참 이해하기 힘들다. 호르몬의 변화는 사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산후우울증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보건소나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산후우울증 예방 프로그램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한번 살펴보자..

국내 산후조리원들의 조직인 한국산후조리업협회 홈페이지의 글이다. 


1. 규칙적인 생활.

2. 술과 담배는 금물

3. 균형 있는 식단을 운영

4. 걷기 운동

5. 웃음치료

6. 울고 싶을 때는 운다


http://www.shjw.or.kr/bbs/board.php?bo_table=postnatal_03&wr_id=42

사실 1~4는 예방법이라기보다는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하는, 즉 결핍되면 산후우울증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지, 예방을 해준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은 그것도 6주의 아기를 두고,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흔히 말하는 책상에서 펜대를 굴려 나온 예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술 담배를 한다? 담배는 그렇다 치고,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은 커피도 잘 안 마시려 한다. 


5번 웃음치료..'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도 있거니와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물론 있다. 그렇다고 매번 거울 앞에서 히죽히죽 웃는다고 우울증이 나아지거나 우울감이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아쉬운 점은 산모의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과 가족들의 역할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 


또한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에 가면 그들의 자랑스레 내세우는 프로그램이 좀 의문스럽다. 산모케어, 아기케어라는 프로그램의 큰 틀 아래, 5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과 일류 셰프의 요리, 요가와 마사지 프로그램 등 신체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은데 정작 마음이 힘든 산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억지스레 몸이 편하면 마음도 편하다는 논리로 접근하기는 하는데, 좀 불균형에 가까운 산후조리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산후우울증이나 산후 우울감은 심리적인 문제다. 

아이를 출산한 뒤에 신체적인 회복이나 신체적인 안락함을 위주로 하는 산모케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출산과정을 경험한 산모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신체적인 보살핌일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 없는 산후조리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다. 다시 말해서 산후우울증의 문제를 심리적인 차원으로 보고 그에 대해 예방하려는 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남편으로서, 아이의 아빠로서 산후우울증을 예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아쉽다. 


[참고문헌 및 출처]

한귀원, 김명정, 박제민(2004). 한국어판 에든버러 산후우울척도:신뢰도와 타당도.생물치료정신의학 제10권 제2호

국민건강보험자료(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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