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다
2023. 05
2022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6개월의 휴식기를 가졌다. 그동안 친정엄마의 방문도 있었고 라스베가스와 LA여행 또 홀로 떠난 퀘백여행도 다녀왔다. 쉼없이 호르몬주사와 약 그리고 시술들로 많이 지쳐있을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였다.
또 다시 일어나 큰 산을 넘으려면 숨을 고르고 재정비를 해야하지 않은가.
언젠가는 임신에 꼭 성공 할거야 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쩌면 이때는 확신보다는 포기하고싶지않은 마음이 더 컸었던거같다.
주위에 시험관을 한다고 말하면 여러가지 격려의 말을 전해주는데 그중에 '너무 간절하면 오히려 안되니까 너무 애쓰지말아라' 는 말을 해준 지인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래 내가 너무 간절했었나? 싶기도했지만 말이 쉽지 마음은 그리 되지않는다. 시험관하는 모든 이들은 나와 공감할것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어찌 안 간절할수가 있으랴.
인간도, 훌룡한 의사도 그 어느 누구도 할수 없는 일이 임신이다. 하늘이 주시는거다.
시험관도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인것처럼 세계적으로 뛰어난 난임의사를 만나도, 수많은 변수와 조건에 맞춰 시험관 진행을 해도, 하늘이 주시지않으면 결코 이루어질수 없다.
그와중에 나는 칠칠맞게 뜨거운물에 손을 디었다. 아침에 커피마시려고 전기주전자를 따르려다 그만. 무슨 정신이었을까. 빨리 차가운 물로 식히고 얼음찜질도 했으나 점점 화상이 드러나고 그 다음날부터 뼈까지 파고드는 고통이 느껴져서 집근처 클리닉에 갔다. 의사가 2도 화상이란 진단을 내리면서 화상연고와 화상용 밴드를 챙겨주었다.
사실 이렇게 크게 화상을 입어본적은 태어나 처음이였다. 많이 놀랄만도 한데 나는 무덤덤했다. 이런 고통도 처음이였을텐데 왜이럴까..싶었는데 아마도 내 가슴속의 고통이 화상보다 더 아픈가보다…마음이 아픈것보다 차라리 내손이 타들어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다행이도 상처는 빠른시간에 나았고 걱정했던 흉은 남지않았고 감쪽같이 원상복구되었다.
5월 25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신랑도 나름 옆에서 아픈 나를 보면서 계속 주사를 꾹꾹 놓아야했던 수고 또 내가 힘든날이면 대신 갖갖은 집안일을 했던 노고, 매번의 시험관 ‘성적표’가 나올때마다 같이 가슴졸였던 마음고생이 많았다. 신랑도 쉽지않았을것같다…시험관은 여자가 더 고생하는건 맞지만 또 신랑도 본인위치에서 많이 애썼던것 같다.
내가 너무 감당할수없을정도로 힘들어서 오로지 신랑한테 기대고싶었는데 그순간들이 지나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보니 신랑도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을수도 있겠다싶다.
둘이여서 슬픔은 나누어 반이되고 기쁨은 나누어 두배가 된다 하지않은가.
언제나 꽃과 편지로 마음을 표현해주는 따듯한 신랑.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