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위기 속의 선택이 내일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by 윤즈

2011년 여름, 나는 군인이었다. 아마 상병이였고 꽤나 군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 시절 내 즐거움 중 하나는 일과가 끝난 후 사지방에 가는 시간이었다. 사지방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설명하자면, 사지방은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다. 군대의 PC방이다. 사지방에서 내가 하던 일은 크게 두가지였다. 페이스북 구경, 그리고 해외축구 기사 찾아보기였다. 게임엔 관심도 없었지만, 애초에 온라인 게임을 돌릴 수 없는 사양의 PC였다. 아 피카츄 배구로 PX빵은 했던 것 같다.


해외축구 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해버지 박지성의 영향이 지대했지만, 2009년 4월 이후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지성 대신 아스날과 벵거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2011년 여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2대 8 가르마 사태가 발생했다. 아스날이 맨유에게 2-8로 짖밟힌 사건이다. 아스날은 신축 구장을 올리면서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핵심 전력을 전혀 지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벵거는 매 해 솔루션을 찾아왔고, 적어도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사수해왔다. (물론 2011년 이후 몇년간 챔스권은 사수한다. 대단해.)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2011년 결국 사단이 난 것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까지 리그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맨유에게 8점이나 내준 이 경기는 내 기준 아스날 워스트 5 순간에 무조건 넣는다.


그리고 구단도 올해는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이적시장 마지막 날 장 마감 직전 급하게 많은 선수들을 대려왔다. 박주영도 이 때 합류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오늘 말하려고 하는 미켈 아르테타와 페어 메르테사커도 바로 이 날 아스날에 합류했다. 이 당시 나는 아르테타를 사비 알론소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으로 여기고 있었고, 메르테사거는 피파온라인2에서 능력치가 개쩌는 뚝배기용 센터백, 그러나 발이 매우 느린 그런 선수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던 건지, 2011년 여름 이적시장 아스날의 행보는 '패닉바이'라고 평가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박주영처럼 실패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아르테타와 메르테사커는 암흑기의 아스날을 아주 훌륭하게 이끌어줬다. 합류 후 4~5년간 팀을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올려놨다. 그 당시의 스쿼드 퀄리티를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좋은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2011년 그들이 아스날에 합류한지 1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매우 달라졌다. 아르테타는 감독으로서 아스날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있으며, 메르테사커는 아카데미를 책임지며 구단의 미래를 키우고 있다. 14년 전의 패닉바이가 오늘의 핵심이 된 것이다.


이번주 퇴근 길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인생과 회사 생활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늘 위기인데, 위기 속에서 내리는 선택이 늘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급하게, 불안하게, 선택지가 없이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강제적으로 선택한다. 그 순간엔 그저 버티기 위한 결정처럼 보여 맥이 풀리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다. 그 때의 선택이 나비효과로 인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실을 맺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중요한 요소는, 위기 속 선택의 순간에도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비록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미래를 도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조직의 흥망성쇠도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시야로 사람을 채용하거나, 임시방편의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훗 날을 대비하는 끈기를 잃어서는 안된다. 위기 상황에서 합류한 사람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단단한 리더십을 스스로 키워가기도 하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갖게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속에서도 늘 기회는 있는 것이다. 위기의 선택이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언젠가 그 씨앗이 나 한사람, 우리 가족, 팀과 회사를 지탱하는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한 마음가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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