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가 아닌 공정의 기반이 되는 규칙이 필요해.
"오늘 경기는 심판이 터뜨렸죠."
아스날 경기를 리뷰하는 유튜버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선 심판이 경기의 맥을 잡지 못했거나, 규칙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규칙 자체가 불명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을 때도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기술의 힘으로 심판의 재량에 의존하던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있다.
축구의 VAR, 야구의 ABS 등등 많은 종목에서 모든 팀에게 공정하고 예상이 가능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게임을 지배하는' 경우는 왜 발생할까? 나는 아직도 경기가 룰이 아닌 심판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규칙이 애매모호하거나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기장 내에서 목소리가 큰 팀의 방식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회사라는 조직도 정말 똑같이 돌아간다. 같은 상황이라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회사와 HR의 판단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 취업규칙, 휴가 제도, 근로시간, 평가와 보상 등등 HR은 수많은 규정 위에서 움직인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나는 담당자로서 이런 규정을 제정하고,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리더들과 함께 적용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늘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 규정들은 왜, 그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지?"
정답은 너무 뻔하다. 리더를 위한 것도, HR과 경영층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규정은 조직의 구성원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규정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게 작동한다면 조직은 더 적은 심판으로도 효율적으로 굴러간다. 좋은 리더는 규정을 유리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리더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매 순간 판단하지 않아도, 구성원이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조직이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룰이 필요하다.
룰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그 규칙이 살아 숨 쉬도록 만들고, 현실에 맞게 바꿔나가는 것이다.
심판이 없을수록 좋은 경기가 되듯,
관리자가 통제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조직을 위해
오늘도 규정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조직문화 #규칙 #심판 #리더십 #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