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정말 영원할까?

스포츠의 '폼' vs '클래스' 논쟁에서 보는 조직의 평가&보상 이야기

by 윤즈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는 2024-25 시즌 29골 18도움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다. 지난 시즌 살라는 EPL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며 본인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시즌인 올 시즌, 그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영향력과 경기력은 확연히 떨어져 있고, 자연스럽게 클럽 내에서 그의 절대적인 입지 또한 흔들리고 있다. 팬들은 여전히 살라를 믿고 응원하지만, 반대로 그에게 선발 출장과 출전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리버풀이 흔들리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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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히 축구는 ‘낭만’을 많이 담고 있지만, 살라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식어버린 것처럼 동시에 매우 냉정한 세계이기도 하다.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현 시점의 기여]가 부족하면 벤치로 밀려난다. 우리 회사도 올해를 마무리하는 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나는 조직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성과는 현재의 평가에서 어디까지 유효한가?”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은 과연 조직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스포츠에서 ‘폼(form)’과 ‘클래스(class)’는 종종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야기된다. 클래스는 선수의 커리어, 실력의 깊이, 경기 지능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속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감독이 선발 명단을 짤 때 가장 먼저 보는 요소는 결국 ‘폼’, 즉 현재의 컨디션이다. 폼이 떨어지면 클래스가 아무리 높아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팀은 결국 지금 기여할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오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에 큰 성과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왔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평가에서 예외를 인정해 준다면 조직은 서서히 균열을 맞는다. 구성원들이 공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팀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누구든 현재의 기여에 따라 평가된다.”라는 신호가 확실한 조직은 당연하게도 더 건강하게 움직인다.


그렇다면 스포츠 팀과 조직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스포츠는 이미 공정성을 지탱하는 구조가 명확하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감독은 선수에게 분명한 역할과 목표를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중 벤치로 가더라도 선수는 그 이유를 이해한다. 반대로 조직에서는 목표가 모호하거나 역할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평가 기준이 선명하지 않으면 어떤 피드백도 구성원에게는 일종의 ‘판단’이나 ‘기준 없는 감정’처럼 느껴지기 쉽다.


또 하나의 차이는 피드백의 빈도다. 선수는 매 경기마다 감독과 언론의 피드백을 받는다. 지금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평가 시즌이 되어서야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퍼포먼스를 보여준 시점과 그에 대한 피드백 사이의 시차가 너무 크면 공정한 평가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렵다.


공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인사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를 지탱하는 신뢰의 문제다. 누구도 과거의 성과만으로 예외가 될 수 없고, 누구든 지금의 기여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 베테랑도 벤치에 앉을 수 있어야 하고, 신입도 성과가 좋다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구조다.


서두에 살라의 예를 짚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익숙한 문장을 다시 되묻게 하기 위해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그러나 스포츠가 보여주는 현실은 그 문장의 뒤에 작은 단서를 붙인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하지만 폼이 없다면 출전은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기여 위에 세워진 공정성이야말로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팀이 결국 성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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