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를 덕질하는 HR 담당자, 스포츠와 역사 잡학노트
저의 첫 번째 글입니다.
누가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하게 써 내려가려고 합니다.
조만간 제 소개란을 채울 텐데, 글로써 먼저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작은 습관이 조직을 바꾸고, 한 문장이 문화를 흔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스포츠와 역사를 소재로, 그 안의 사람 이야기에서 조직문화의 단서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무거운 이야기도 조금은 유쾌하게, 찰나의 가벼운 장면 속에서도 통찰을 뽑아내고 싶습니다. "조직은 결국 팀플이다."라는 제 오랜 생각을 처음으로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부끄럽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해 봅니다. 함께 걸어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K리그 1과 ACLE에서 선전하고 있는 광주FC의 이정효 감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광주FC는 K리그 1에서 가장 적은 예산 (심지어 K리그2 구단들보다 적은)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당백의 감독 역할이 중요한 클럽이다.
광주FC 유튜브 채널에는 훈련장, 라커룸에서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형태로 업로드된다. 이정효 감독의 축구 철학과 스피치가 궁금해서 매 회 찾아보고 있다. 이정효 감독은 "이겼어도 우리답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지도자들이 "이기면 장땡"이라는 마인드에 취해가는 반면 이정효 감독은 "우리 팀의 철학이 경기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었는가?"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가져간다. 이정효 감독이 유사한 멘트를 칠 때마다 단기적인 실적으로 구성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몰입과 성장을 유도하는 바람직한 매니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는 언제나 조직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심플하게 생각하더라도 성과가 있어야 월급, 복리후생,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성과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결과만을 중시하며 직원을 압박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과정 중심의 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도모하려는 문화도 존재한다. 이정효 감독은 후자의 길을 누구보다 묵묵히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에게 경기 중이나 훈련 중에 '즉시 피드백'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한 감독이다. 단, 비난이 아닌 이유가 있는 설명을 겯들여 접근한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이정효 감독은 "쟤(쿠사리 먹은) 지금 삐졌어요. 근데 할 말이 없으니까 그냥 가서 운동하는 거에요. 제 말이 맞거든요. 제 논리가 틀렸으면 대들거나 씩씩거리면서 나갔을 거에요." 이처럼 이정효 감독은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 "왜 그랬는지"를 묻고, 선수의 의도를 파악한 뒤 보완점을 짚어낸다. 이 과정에서 선수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낌과 동시에 감독님의 피드백은 '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믿음도 싹튼다.
광주FC는 양질의 스쿼드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무장하여 단점을 커버한다. 허율, 이희균, 정호연 등 '정효볼'의 핵심 전력이 이적한 이번 시즌이지만, 그들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더 단단해지고 창의적인 팀으로 바뀌었다. 모든 선수들이 단순하게 지시를 이행하는 수행자가 아니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전략가로 성장할 수 있게끔 코칭 한 덕분이다. 과연 우리 회사, 우리 팀도 이정효 감독의 팀처럼 움직이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아닌 것 같다. 우리 팀만 봐도 이기적이고 수동적인 단순한 지시 수행자가 있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이정효 감독은 단순히 몇 골을 넣고, 실점했는지가 아니라 그날 라커룸의 온도, 선수들 간의 대화, 하프타임의 변화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숫자로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맥락, 행간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여운이 남고 더 큰 학습효과를 가져오려고 하는 것이라고 봤다.
종합하면 이정효 감독은 결과를 부정하진 않지만, 결과만을 보지는 않는다.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 또한 스코어보드가 아니라 스토리보드에 가깝다.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CFR & 평가 시스템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지향점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전진하고 있을까? 아닌 것 같다. 명목 상으론 OKR이지만 실질적으론 진척률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구조다. 회사에서 말하는 철학과 조직을 이끄는 방법은 반대 방향이다. 그 안에서 구성원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느낀다.
방향 중심의 피드백, 자율과 책임의 균형, 실수를 용납하는 팀의 분위기, 일상적인 피드백 이 모든 것들을 조직에 녹여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놓는 순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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